도시바메모리 지분 확보, 1년새 가치 10.6조 증가
인텔 낸드사업부도 품어...시장점유율 22%로 '2위'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의 결단으로 진행된 SK하이닉스의 일본 키옥시아(Kioxia·옛 도시바메모리) 투자가 결실을 맺었다. 키옥시아 주가가 급등하면서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지분가치(전환사채 포함)는 14조원을 넘어섰다. 1년 새 10조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까지 더해지면서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이하 낸드) 시장영향력도 빠르게 확대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키옥시아 지분가치는 총 14조1518억원에 달했다. 1년 만에 지분가치가 10조6455억원 증가했다. 2018년 투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베인캐피탈이 주도한 한미일 컨소시엄에 참여해 약 4조원(3950억엔)을 키옥시아에 투자했다. 베인캐피탈 펀드에 LP(기관투자자) 형태로 2660억엔, CB(전환사채) 형태로 1290억엔을 투입했다. CB는 앞으로 키옥시아 보통주 7740만주(지분 약 14.3%)로 전환할 수 있다.

지분가치 상승의 배경에는 키옥시아 주가급등이 있다. AI(인공지능) 인프라 확장과정에서 고성능 저장장치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업가치도 높아졌다. 2024년 12월 공모가 1455엔으로 증시에 입성한 키옥시아의 주가는 지난해말 1만435엔까지 상승했다. 1년여 만에 7배 이상 오른 것이다. 최근 키옥시아 시가총액은 10조6600억엔(약 100조원)에 이른다. 매각 당시 평가된 기업가치 2조엔과 비교하면 5배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투자배경에는 최 회장이 있었다. 2017년 도시바가 메모리사업부 매각을 진행한 당시 주요 임원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최 회장은 인수를 강하게 추진했다. 최근 SK하이닉스 성장 스토리를 담아 발간된 '슈퍼모멘텀'에 따르면 최 회장은 "도시바는 낸드를 발명한 곳"이라며 "무조건 가자"고 인수를 밀어붙였다.
낸드는 당시 SK하이닉스가 상대적으로 약한 분야였고 도시바메모리는 글로벌 낸드시장 2위 기업이었다.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산업의 판을 흔들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다. 일본 정부의 기술유출 우려로 SK하이닉스는 직접인수 대신 컨소시엄 참여방식으로 거래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전략적 투자에 성공했다.
특히 키옥시아 지분 약 14.3%로 전환할 수 있는 CB를 확보한 게 핵심으로 평가된다. 베인캐피탈 등은 키옥시아 상장 이후 주가가 상승하자 지분을 매각하며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11월 키옥시아 지분 6.5%를 매각한 데 이어 지난달 2차례에 걸쳐 약 7%를 추가매각했다. 베인캐피탈 펀드의 지분은 22%에서 8.1%까지 낮아졌다. 다른 투자자의 지분이 줄어들수록 CB를 보유한 SK하이닉스의 영향력은 커질 수 있다.
독자들의 PICK!
최 회장의 '종합 메모리반도체 기업' 전략은 이후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로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해 솔리다임을 출범했다. 인수대금이 9조원에 달하고 누적 적자가 7조원을 넘으면서 고가인수 논란도 있었지만 솔리다임은 지난해 1조39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실적을 냈다.
낸드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영향력도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솔리다임을 포함한 SK그룹의 낸드 시장점유율은 22.1%로 삼성전자(28%)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특히 4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47.8% 증가한 52억115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그룹 관계사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설립하는 AI 설루션·투자법인 'AI컴퍼니'에 5600억원을 투자한다. 이날 공개된 SK이노베이션 연결 감사보고서에는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지난 1일 SK하이닉스의 미국법인(SK하이닉스낸드프로덕트설루션즈)에 3억8000만달러(약 5584억원)를 투자하는 출자약정계약을 했다. 이 투자는 약정체결일로부터 4년간 투자요청이 있을 때마다 자금을 분할투입하는 '캐피탈콜'(capital call·자금요청) 방식으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