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몰빵" 한방 노리는 개미들…안전자산 꿈꾸던 주식, '투기판' 됐다

"억대 몰빵" 한방 노리는 개미들…안전자산 꿈꾸던 주식, '투기판' 됐다

김은령 기자, 김세관 기자
2026.03.11 06:00

[MT리포트]롤러코스피 (上)

[편집자주] 미국-이란전으로 이달들어 코스피지수가 하루 10% 안팎으로 급등락하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낙폭이 크다. 단기간에 쉼 없이 빠르게 오른 탓에 조정 폭이 클 수밖에 없다지만 예상을 넘어서는 변동성에 투자자 불안이 커진다. 도박장을 방불케 하는 수익률, 손실률은 장투 보다 단타 선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증시만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치명적 약점이기도 하다.
"신용 억대 몰빵" 대박 아니면 쪽박?…'패닉' 변동성에 뛰어든 불개미

-'블랙 ○○데이' 수준 공포지수 지속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5251.87)보다 280.72포인트(5.35%) 상승한 5532.59에 마감한 1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관계자가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1102.28)보다 35.40포인트(3.21%) 오른 1137.68에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95.5원)보다 26.2원 내린 1469.3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2026.03.10. kkssmm99@newsis.com /사진=고승민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5251.87)보다 280.72포인트(5.35%) 상승한 5532.59에 마감한 1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관계자가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1102.28)보다 35.40포인트(3.21%) 오른 1137.68에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95.5원)보다 26.2원 내린 1469.3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2026.03.10. [email protected] /사진=고승민

국내 증시의 극단적인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다. 이틀 만에 20% 가까이 빠진 후 10% 가까이 급등했던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급등락 중이다. 시장 불안과 변동성 수준을 나타내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한 달째 '위기' 수준으로 여겨지는 40포인트를 웃돌고 지난 4일엔 사상 최고치인 80포인트까지 오르기도 했다. 투기적 수요가 늘어나면서 VKOSPI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VKOSPI지수는 66.86으로 마감했다. 지난 4일 80.37(종가)를 기록하는 등 지난주 내내 60을 웃돈 데 이어 이번주에도 높은 수준이다. 미국-이란전 발발 이전에도 올해 내내 VKOSPI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평균 22였던 VKOSPI는 지난 1월 평균으로 34.5, 2월 평균은 47.1까지 올랐다.

VKOSPI는 코스피200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산출되는 한국형 변동성지수로 '공포지수'로도 불린다. 보통 20까지는 시장 심리가 안정적인 상황을 의미하고, 20~30은 다소 높아진 변동성, 30~40은 불안, 40이상은 패닉 수준으로 여겨진다. 특히 40이상 수준을 나타내는 경우는 '블랙 ○○데이' 수준의 급락시에만 나타나 현재의 시장 불안이 극심한 상태임을 의미한다.

코스피200변동성지수 추이/그래픽=윤선정
코스피200변동성지수 추이/그래픽=윤선정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VKOSPI가 40을 상회한 건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유럽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 급락 정도였고, 최근 들어서는 2024년 8월 경기 침체 우려 급락, 지난해 4월 관세 리스크 부각에 따른 급락 때였다"며 "과거보다 변동성 급등이 더 자주 나타나고 특히 급락시에만 튀었던 지수가 올 들어 지수 상승세와 함께 오르는 이례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변동성이 이어지면서 단기 수익에 집중하는 투자 패턴이 나타나기 쉽다. 특히 국내 증시가 빠르게 상승하는 상황에 포모(FOMO, 소외불안증후군)효과로 뒤늦게 투기성 투자에 나선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우려된다. 실제 인터넷커뮤니티엔 '신용으로 수억원을 몰빵했다'는 식의 투자 후기가 심심치않게 등장했다. 물론 레버리지를 일으켜 수익을 극대화할 수도 있지만 예측 불가능한 시장에서 성공은 쉽지 않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펀더멘탈에 기반한 투자가 아닌 단기적인 흐름을 보고 투자를 했을 때 기대만큼 좋지 않을 수 있다"며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오르면 사고, 내리면 파는 성향을 보이기 쉬워 투자원칙을 갖고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어제 급락, 오늘 급등, 내일은?...널뛰는 코스피, 출렁인 진짜 이유

-6거래일, 5번의 매도 및 매수 사이드카

최근 코스피지수 추이/그래픽=최헌정
최근 코스피지수 추이/그래픽=최헌정

미국과 이란의 전쟁 이후로 국내 증시가 최근 심각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코스피의 외부 변수 취약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이드카는 물론이고 서킷브레이커 등 주가 급등락 완화 장치들이 수시로 발동되는 상황이 시장 신뢰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 들어 코스피가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변동성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발 중동 정세 악화 이후 3월3일과 3월4일 2거래일 동안 19%가 넘게 코스피가 하락했다. 5일과 6일에 다시 10%가량 상승했다가 9일과 10일 번갈아 가며 6%대 하락과 5%대 상승을 보여줬다.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 해당 6거래일 동안 코스피에서는 두 번의 서킷브레이커와 5번의 매도 및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단기간에 이렇게 잦은 증시 변동성 완화장치 발동은 흔치 않다.

불과 8개월여만에 지수가 두배 가량 상승했지만 하방이 제대로 다져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외 이슈가 복합적으로 발생한 점이 이 같은 널뛰기 장세를 유발한다고 금투업계 전문가들은 본다.

실제로 코스피는 지난 수년간 2000대에 머물러 있었다. 최근 상승세 이전 최고점은 2021년 글로벌 유동성 증가가 일어날 당시 찍었던 3200대가 전부였다.

지난해 6월20일 종가 3000을 다시 돌파한 이후 중동발 리스크가 발생하기 전인 2월말까지 코스피는 역사적인 종가 6300을 넘기기도 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정해창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이 출렁인 진짜 이유는 중동 사태도 있지만 그 전에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두 달 동안 50%나 급하게 올랐기 때문"이라며 "너무 과열돼 있었고, 피로감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1년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두 배 가까이 상승한 지수 영향으로 최근 코스피 투자에 단타 위주의 투기적인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을 더욱 우려한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의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인 코스피 신용공여 잔고는 전쟁 이후 더 늘어나 22조원을 넘어섰다. 코스닥까지 합치면 33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증시 상승 이전의 신용공여 잔고 최고 액수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25조원 수준이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매매를 위해 증권사 계좌로 이체했거나 주식 매도 후 그대로 두기 있는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3월 이후 오히려 증가해 130조원을 넘겼다. 종가 기준 코스피 최고치를 찍었던 2월27일 예탁금이 118조원 수준이었고, 지난해 7월만해도 60조원대 중반이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장은 지금 주식시장 단위의 레버리지 판이 펼쳐지고 있는 시기"라며 "오늘 폭등하더라도 내일은 또 조정을 받고, 다음날에는 또 급등할 수 있는 역대급 변동성 장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시점에서도 계속 주도주를 들고 가면서 수익률 회복 기회를 잡아가는 게 현실적인 대응 방안"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에 따라 최근 코스피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됐던 반도체 수출 호조와 수출 기업들의 상장사 실적 개선이라는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유 수입단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한국 반도체 수출 호조는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어 국내 경상수지의 본질적 흑자 기조는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르르 사고 우르르 팔고…"단타 성공" 개미들 매일이 불나방

-치솟는 회전율, 개인투자자 거래비중 50% 차지

코스피 거래대금 추이/그래픽=이지혜
코스피 거래대금 추이/그래픽=이지혜

국내 증시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거래대금이 급증하고 코스피시장 주식회전율도 높아지고 있다. 주식이 급등락하면서 단기 수익을 노리는 단타 매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부동산 대신 주식이 국민들의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변동성을 줄이고 장기 투자가 선호되는 투자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달들어 9일까지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41조6000억원으로 지난달 기록한 일평균 거래대금 32조2000억원을 넘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12% 넘게 하락한 4일에는 62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거래가 늘어나면서 코스피 회전율도 크게 상승 중이다. 3월 들어 일평균 코스피 회전율은 2.2%로 지난달(1.7%) 대비 높아졌다. 회전율은 일정기간 거래량을 상장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높을수록 주식 손바뀜이 자주 일어났다는 의미다.

거래량, 거래대금이 늘어나고 회전율이 높아지는 것은 단타가 늘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차익 실현 수요가 높아졌고 이란전 이후 급락으로 패닉셀링 양상도 나타났다.

특히 국내 증시는 글로벌 증시 대비 외부변수에 취약하고 변동성이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수출,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구조 상 지난해 미국 관세 협상이나 이란전과 같은 외부 변수에 주가가 요동친다. 수급 상으로도 개인투자자 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어서 변동성이 높다는 평가다. 국내 증시 개인투자자 거래비중은 약 50% 수준으로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주요 증시 20~25% 수준인 것에 비해 높다.

또, 단기 랠리에 주식 투자를 시작한 초보 개미(개인투자자)들이 과열 이후 높아진 변동성에 손실을 입고 이후 장기 박스피에서 버티다 주식시장을 떠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2022년 코로나 랠리 당시 늘어난 동학개미들은 직후 3년간 박스피를 겪었다. 개미들의 증시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가 자본시장 정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이 과도한 변동성에 따른 단기투자 문화는 해결해야 할 과제 중에 하나로 꼽힌다. 개인의 장기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나 연기금 등의 안정적인 자금 수요를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기보유 성격의 IRP(개인형퇴직연금)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등에 세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퇴직연금 등의 자금을 주식으로 유도하는 등이다.

ETF(상장지수펀드) 등 증권 상품 등을 통한 간접, 분산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문화도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변동성은 거래량이나 유동성이 풍부하고 투자자들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는 의미도 있지만 불확실성이 높아 선진시장이라고 여겨지긴 어렵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증시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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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령 기자

머니투데이 증권부 김은령입니다. WM, 펀드 시장, 투자 상품 등을 주로 취재합니다.

김세관 기자

자본시장이 새로운 증권부 김세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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