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지속가능한 미래, 길을 묻다]<8>우고 아스투토 주한 EU 대표부 대사

"과거에는 환경 보호와 기후 대응이 경제 성장과 충돌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유럽연합(EU)이 이를 실제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은 1990년대 이후 경제가 성장하는 동시에 경제의 녹색화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해왔습니다. "
우고 아스투토 주한 EU 대표부 대사는 지난달 3일 서울 중구 EU 대표부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후 대응과 경제 성장은 양립할 수 없다는 기존 인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변화를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표현했다. 기후 정책을 환경 규제나 비용의 문제로만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산업 경쟁력과 혁신을 촉진하는 전략으로 바라보는 인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스투토 대사는 "이는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니라 경제와 산업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의 변화"라며 "유럽은 이미 이러한 전환을 실제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U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기후 정책을 산업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기후 대응이 더 이상 환경 정책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 전략과 결합하고 있다는 의미다.
아스투토 대사는 "경제를 더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과정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경제의 녹색화 자체가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U가 녹색 전환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정책의 흐름에서도 드러난다. EU는 2019년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에너지·산업·교통·금융 정책 전반을 녹색 전환하는 장기 전략을 제시했다. 이어 2021년에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55% 줄이기 위한 입법 패키지 '핏 포 55(Fit for 55)'를 발표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역시 이 패키지에 포함된 정책 중 하나다.
이와 함께 EU는 2024년 '넷제로 산업법(Net-Zero Industry Act)'을 발효하며 재생에너지·배터리 등 청정 산업 생산 기반을 유럽 내에 구축하는 산업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이끄는 2기 집행위원회가 출범한 지난해에는 '클린 산업 딜(Clean Industrial Deal)'을 발표하며 탈탄소 전환과 산업 경쟁력 전략의 결합을 더욱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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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가 최근 옴니버스 패키지 법안 등을 통해 지속가능성 관련 규제를 단순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정책 후퇴가 아니라 현실적인 적용을 위한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스투토 대사는 "EU 집행위원회가 추진하는 입법 패키지는 규제의 복잡성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가장 큰 배출 산업에 정책을 집중하는 대신 소규모 사업자에 대해서는 규제를 단순화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기후 정책의 목표는 유지하면서 기업이 실제로 제도를 이행할 수 있도록 규제 체계를 정비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EU의 녹색 전환이 에너지 안보 전략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은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를 빠르게 줄이며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속화했다. 싱크탱크 엠버에 따르면 2024년 EU 역내 전력 생산량 가운데 태양광·풍력·수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47%에 달한다.
아스투토 대사는 "유럽은 특히 러시아로부터의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며 "이 과정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욱 빠르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에너지 믹스를 더 저탄소(greener)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은 환경적 관점뿐 아니라 정치적·경제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스투토 대사는 한국과 EU가 기후 대응과 녹색 산업 분야에서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첨단 기술과 혁신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국가"라며 "녹색 기술에 집중한다면 추가적인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약력
△2025년 9월-현재 주한 유럽연합(EU) 대사△2023년 9월 – 2025년 8월 이탈리아 외교부 정치국 G7·G20 부국장△2019년 9월 – 2023년 9월 주인도·부탄 유럽연합 대사 △2016년 7월 – 2019년 9월 이탈리아 외교부 아시아 부국장 및 세계화 부국장 △2013년 2월 – 2016년 7월 EU대외관계청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과장 (2013-2014년), 아시아 및 태평양 부국장 (2015-2016년) △2008년 9월 – 2012년 9월 주인도 이탈리아 대사관 참사관 및 부대사△ 2004년 9월 – 2008년 8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상임 이사회 이탈리아 대리인 및 주영 이탈리아 대사관 1등 참사관△1991년 3월 – 1993년 9월 이탈리아 외교부 경제국 2등 서기관 교육 및 훈련 △1988 – 1989년 이탈리아 국제기구 협회(SIOI) 외무공무원 준비 과정 수료 △로마 사피엔차 대학교(Sapienza University of Rome) 정치학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