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년 2월 토큰증권(STO) 제도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들의 발행 인프라 전략 검토가 본격화되고 있다. 공동 발행 플랫폼에 참여할지, 자체 플랫폼을 독자 구축할지가 핵심 쟁점이다.
자본시장 플랫폼 전문기업 블루어드(구 INF컨설팅)의 백만용 대표는 "두 방식 중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며 "각 증권사의 규모와 전략적 목표, IT 역량, 재무 여건에 따라 합리적 선택지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블루어드는 STO 법제화 이전부터 증권사·은행을 대상으로 STO 발행·유통 플랫폼 컨설팅과 구축 사업을 수행해 온 회사다.
◇ 공동 플랫폼, 빠른 진입이 강점… 표준화는 한계
백 대표는 공동 발행 플랫폼의 가장 큰 이점으로 신속한 시장 진입과 낮은 초기 비용을 꼽았다. MOU(양해각서) 체결만으로 발행 인프라를 즉시 활용할 수 있어 자체 구축에 드는 8~10개월의 개발 기간과 수십억 원대 초기 투자를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백 대표는 "공동 플랫폼은 예탁결제원·한국거래소 연계와 전자증권 시스템 호환성 등 제도권 인프라와의 연계성이 검증돼 있다"며 "법·제도 변화 시 플랫폼이 일괄 반영하므로 규제 대응 부담도 줄어든다"고 평가했다. 블록체인·스마트컨트랙트 인력을 보유하지 않은 중소형 증권사에는 진입 장벽 제거 효과가 결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구조적 제약도 함께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백 대표는 "공유 인프라의 본질상 기능이 표준화된 범위로 제한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주식 토큰화, 스테이블코인 연동 결제, 실물자산(RWA) 온체인 편입 같은 서비스를 도입하려 할 때 플랫폼의 기능 업데이트 로드맵에 의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행 현황과 투자자 행동 데이터 등이 플랫폼 내에 귀속되는 구조도 데이터 기반 서비스 고도화에는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용 구조에는 장기적 시각을 주문했다. 그는 "공동 플랫폼은 거래량에 비례한 변동비 구조이므로 거래량이 늘수록 누적 이용료가 증가한다"며 "대규모 거래를 처리하는 증권사라면 일정 시점 이후 자체 구축과 총비용이 역전되는 구간이 올 수 있다"고 했다.
◇ 자체 구축, 자유도 높지만 진입 장벽도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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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대표에 따르면 자체 플랫폼 구축의 강점은 완전한 설계 자유도와 데이터 주권이다. 자사 비즈니스 모델에 최적화된 기능을 구현하고 원하는 시점에 독자 상품을 출시할 수 있다. 발행·유통·투자자 데이터를 전적으로 보유·활용할 수 있어 정교한 투자자 서비스, 리스크 관리 고도화, 신상품 개발 등 데이터 기반 경쟁력 축적에도 유리하다.
백 대표는 "글로벌에서는 블랙록의 토큰화 펀드 BUIDL, JP모건의 블록체인 결제 플랫폼 운영 등 자체 인프라 기반 사례가 늘고 있다"며 "프랭클린 템플턴의 국채 펀드 퍼블릭 블록체인 운용 등도 시장 방향성을 시사한다"고 했다. 이어 "금융 그룹 계열 증권사라면 은행·자산운용·보험 계열사와 그룹 공통 블록체인 아키텍처를 구성해 통합 에코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고, 플랫폼을 타 금융사에 라이선싱하는 수익화 가능성도 열린다"고 덧붙였다.
진입 장벽도 분명하다. 백 대표는 "설계·개발·인프라·전문인력 확보에 수십억 원대 선행 투자가 불가피하다"며 "국내에서 STO 플랫폼 구축 경험을 보유한 IT 기업이 제한적이어서 주사업자 선정 자체가 쉽지 않고, 구축 품질이 주사업자 역량에 크게 의존하는 리스크도 따른다"고 말했다. 구축 기간 중 시장 선점 기회 상실, 구축 이후 블록체인 전담 운영 인력과 유지보수 비용 등도 사전에 계산해야 할 변수로 꼽았다.
◇ "선택보다 준비가 더 중요한 시점"
백 대표는 상황별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공동 플랫폼은 △STO를 보완 서비스로 두는 중소형 증권사 △블록체인 전문 인력 확보가 단기에 어려운 경우 △초기 시장 경험을 우선 축적하려는 경우 △변동비 구조가 재무 계획에 유리한 경우에 적합하다고 했다.
자체 구축은 △STO를 중장기 핵심 성장 동력으로 설정한 대형·중견 증권사 △글로벌 진출이나 RWA 편입 등 고도화 서비스를 계획하는 경우 △계열사와의 그룹 공통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금융 그룹 △플랫폼 라이선싱 등 사업화를 고려하는 경우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공동 플랫폼을 선택하더라도 자체 전환 가능성을 전제한 출구 전략을 사전에 수립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자체 구축을 결정한다면 충분한 초기 투자 여력과 전문 구축사 선정 역량, 운영 인력 확보 계획이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토큰증권 시장은 이제 막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초기 단계"라며 "지금은 어떤 선택이 맞느냐보다 선택한 방향에서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느냐가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