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카카오페이의 '12% 급락'이 던진 경고…데이터 주권 없는 혁신은 신기루다

[기고] 카카오페이의 '12% 급락'이 던진 경고…데이터 주권 없는 혁신은 신기루다

이동오 기자
2026.05.14 17:48

"4,000만 국민 정보의 무단 제공, 이제는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답해야 할 때"

-이금호 법무법인 강현 대표변호사

어제 대한민국 핀테크의 상징인 카카오페이의 주가가 12% 폭락했다. 시장의 이 냉혹한 수치는 단순히 실적에 대한 실망이 아니다. 혁신이라는 화려한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개인정보 경시'라는 고질적인 병폐가 드러나며, 이용자의 신뢰가 뿌리째 흔들린 결과다.

최근 금융감독원 조사로 드러난 카카오페이의 행태는 가히 충격적이다. 지난 6년여간 무려 4,0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의 개인신용정보를 고객 동의 없이 중국 알리페이에 제공해온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휴대폰 번호와 이메일은 물론, 상세한 주문 및 결제 내역까지 포함된 방대한 데이터가 국경을 넘어갔다. 사실상 대한민국 경제활동인구 대다수의 내밀한 금융 데이터가 통제 불능의 상태에 놓인 셈이다.

카카오페이 측은 "글로벌 결제 시스템 활용을 위한 정당한 업무 위수탁 과정"이라며 항변하지만, 사안의 본질은 기술적 절차가 아니라 '기본의 망각'에 있다. 데이터의 주인인 고객에게 단 한 번도 정보를 국외 기업에 넘겨도 될지를 묻지 않았다는 점은, 우리 기업들이 '데이터 주권'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명확하다. 현행 법체계 하에서의 미온적인 처벌이 기업들로 하여금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보안 시스템 구축 비용보다 사고 발생 후 로펌을 선임해 방어하고 과징금을 내는 편이 더 '경제적'이라는 왜곡된 셈법이 경영 현장에 만연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실질적인 도입과 강화가 시급하다. 피해액의 실비 변상을 넘어, 악의적이거나 중대한 과실을 저지른 기업에 경영을 위협할 수준의 배상 책임을 지게 해야만 데이터 보안이 기업의 최우선 가치가 될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필요성은 현재 진행 중인 여러 집단소송의 양상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만약 강력한 징벌적 배상 제도가 이미 정착되어 있었다면, 소송이 길어질수록 배상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구조 속에서 기업들이 지금처럼 조정을 회피하거나 사안을 장기화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었을까.

법원은 앞으로 이어질 카카오페이 관련 분쟁에서 좌고우면하지 말고 엄정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 수사 기관 역시 한 점 의혹 없는 수사로 정보 제공 경위와 은폐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할 것이다.

데이터가 곧 자산이 되는 시대, 기업의 진정한 가치는 기술력이 아니라 고객의 정보를 대하는 태도에서 결정된다. 필자는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피해를 입은 국민과 함께 데이터 주권을 지키는 법률적 보루로서의 소명을 다할 것이다. 그것이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이 지켜내야 할 마지막 신뢰의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이금호 대표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강현
이금호 대표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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