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조합 임원의 권한과 책임이 매우 중요하다. 조합장은 물론 이사와 감사 역시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각종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조합원들의 재산과 직결되는 업무를 수행한다. 그래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은 조합 임원의 자격요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조합 임원에게 일반 사인보다 무거운 법적 책임도 부과하고 있다.

대표적인 규정이 도시정비법 제134조다. 위 규정은 추진위원장, 조합임원, 청산인 등에 대하여 형법상 뇌물죄 규정을 적용할 때에는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비사업의 공공성과 조합 임원이 행사하는 권한을 고려하여 이른바 '공무원 의제' 규정을 둔 것이다.
그렇다면 조합임원이 임기 만료, 자격 상실 또는 후임자 선임 등으로 더 이상 적법한 조합임원 지위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는 어떨까. 임원 자격은 상실하였지만 여전히 조합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면 뇌물죄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의미 있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해당 사건에서는 조합임원이 임원 지위 또는 직무수행권을 상실한 이후에도 조합 법인등기부상 임원으로 계속 등기되어 있었고, 실제로도 조합 업무를 수행하면서 실질적으로 조합임원 역할을 계속한 사실이 문제되었다.
대법원은 도시정비법상 공무원 의제 규정의 취지에 주목하였다. 대법원은 정비사업의 공공성과 조합임원이 행사하는 권한의 성격 등을 고려할 때, 조합임원이 비록 적법한 임원 지위나 직무수행권을 상실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후에도 조합의 법인등기부에 임원으로 등기된 상태에서 계속하여 실질적으로 조합임원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였다면 뇌물죄에서의 공무원으로 의제된다고 판단하였다.
즉, 형식적으로 임원 지위가 상실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공무원 의제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조합 법인등기부에 임원으로 등기된 상태가 유지되고 있었으며, 실제로도 조합임원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고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보았다.
이러한 판단은 정비사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만약 조합임원이 자격을 상실한 이후에도 사실상 조합 업무를 계속 수행하면서 각종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외부 업체와 협의하는 등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고 있음에도, 단지 형식적인 지위 상실만을 이유로 뇌물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도시정비법 제134조가 마련된 취지가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후임자 선임이 지연되거나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기존 임원이 계속 업무를 처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한 임원 자격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여 당사자가 스스로는 이미 임원 지위를 상실하였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법인등기부상 임원으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실제로 조합 임원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면 형사법적 책임 역시 함께 부담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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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조합 임원의 사임이나 해임, 임기 만료 등이 발생한 경우에는 관련 절차가 적법하게 마무리되었는지, 법인등기부 정리가 이루어졌는지, 이후 실제로 어떠한 업무를 수행하였는지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형사책임이 문제될 수 있는 사안이라면 관련 법령과 판례를 면밀히 검토하고 도시정비사업 분야의 전문가와 상의하여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 이에스더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