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횡령, 감정적 추궁보다 객관적 증거 확보로 맞서야

업무상 횡령, 감정적 추궁보다 객관적 증거 확보로 맞서야

이동오 기자
2026.06.2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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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영 법무법인(유한) 대륜 변호사 법률칼럼

기업들이 상반기 결산과 내부 감사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는 시즌이 다가오면서, 때로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골치 아픈 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나곤 한다. 바로 회계 장부의 불일치나 수상한 법인카드 결제 내역을 통해 발각되는 직원의 업무상 횡령이다. 횡령 정황을 인지한 경영진 입장에서는 해당 직원을 호출해 사실관계를 추궁하고자 하겠지만, 명확한 증거 확보 전의 섣부른 대처는 오히려 사건 해결을 꼬이게 만들 수 있다. 횡령 사건은 초기 증거 수집과 선제적인 법적 조치의 순서가 피해금 회수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황보영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유한) 대륜
황보영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유한) 대륜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행위는 단순 횡령이 아닌 업무상 횡령죄가 적용돼 처벌 수위가 매우 높다. 형법 제356조에 따라 업무상의 임무를 위배해 횡령을 저지른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특히 누적된 횡령액이 5억원을 넘어간다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이 적용돼 3년 이상의 징역형, 50억원이 넘어간다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라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직원의 횡령 정황을 포착했을 때 회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추궁이 아닌 증거 확보다. 확실한 물증 없이 직원을 다그칠 경우 범행을 부인하며 결제 내역을 조작하거나 PC 데이터를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회계장부, 법인카드 영수증, 사내 메신저 기록, PC 포렌식 데이터 등 객관적인 자료를 먼저 철저히 수집해야 한다.

명확한 증거가 확보됐다면 본격적인 형사 고소와 함께 피해금 회수를 위한 보전처분(가압류)을 즉각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횡령범들은 빼돌린 회사 돈을 주식이나 코인, 도박 등으로 탕진하거나 가족 등 제3자의 명의로 은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고소장 접수와 동시에 해당 직원의 급여와 퇴직금은 물론, 개인 예금계좌와 부동산 등에 가압류를 신청해 자금줄을 묶어두는 것이 핵심이다. 강력한 형사 처벌에 대한 압박과 함께 재산이 동결되면 피의자는 실형을 면하기 위해 스스로 합의를 요청하고 피해액 변제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직원 입장에서 관행적인 업무 처리나 회사의 묵인 하에 비용을 집행했음에도 억울하게 횡령 범죄자로 몰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영업을 위한 접대비나 직원 복리후생 명목으로 회삿돈을 사용했지만 결산 과정에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 희생양이 되는 경우다. 억울한 혐의에 방어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불법영득의사가 없었음을 적극 항변해야 한다. 사적으로 착복할 의도가 없었으며 회사의 이익이나 정상적인 영업 활동을 위해 자금을 집행했다는 점을 객관적 자료를 통해 법리적으로 소명해야 무고한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전에 비용 지출을 승인받은 기안서나 결재 서류, 거래처 관계자와 나눈 이메일 및 업무 메신저 내역, 결제 일시와 일치하는 미팅 일지나 출장 보고서, 자리에 동석했던 직원의 사실확인서 등이 불법영득의사를 부정하는 핵심 소명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기업 횡령 사건은 초기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피해금 회수율과 피의자의 형량이 극명하게 엇갈리게 된다. 횡령 사실을 인지한 직후 자체적인 조사만으로 섣불리 합의를 종용하거나 직원의 사직서를 수리해 버리면 추후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피해를 복구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횡령 사건에 휘말리게 됐다면 감정적 대립에 앞서 기업 형사 사건 경험이 풍부한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철저한 증거 수집부터 가압류, 형사 고소에 이르는 체계적인 절차를 밟아 나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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