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후 법무법인(유한) 대륜 미국변호사 법률칼럼
바이오시밀러와 디지털 헬스케어 등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과제는 기술 개발 자체보다 IP(지식재산권) 관리다. 국내에서 검증을 마친 기술이라도 미국에서는 전혀 다른 평가 기준에 놓이는데, 바이오 기업은 후속 특허 확보와 '특허 댄스'(Patent Dance) 대응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은 의료데이터·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권리 정리가, 그리고 두 업종 모두 한국 본사와 미국 현지 법인 간 IP 관리 체계 정비가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특허 정비를 미루다 경쟁사의 특허 침해 경고장(Cease & Desist Letter)을 받거나 투자 실사 단계에서 발목을 잡히는 사례가 꾸준한 이유다.

이런 리스크를 줄이려면 개발 초기 단계의 FTO(Freedom To Operate) 분석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 제품이 상당 부분 개발된 뒤에야 타인의 특허를 침해하는지 확인하면, 문제를 발견해도 설계 자체를 되돌리기 어렵다. 특허 획득 여부만 볼 게 아니라 "이 기술로 사업을 해도 되는가"를 개발 착수 시점에 먼저 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후속 특허 전략과 특허 댄스 참여 여부를 하나의 세트로 준비하는 것이 관건이다. 제형 변경이나 적응증 확대 같은 후속 특허는 오리지널 개발사의 시장 방어 수단이자, 바이오시밀러 기업 입장에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기도 하다. 여기에 미국 바이오의약품 가격경쟁, 혁신법(BPCIA)이 정한 특허 댄스 절차는 법적 강제성이 없다. 이는 2017년 Sandoz v. Amgen판결을 통해 확립된 원칙으로, 참여 여부에 따라 소송의 개시 시점과 대상 특허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바이오시밀러 기업은 허가신청서(aBLA)가 수리된 후 20일 이내에 특허자료 교환을 시작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허가 신청 이전부터 소송 전략과 특허 댄스 참여 여부를 미리 확정한 기업과 신청 이후 대응에 나서는 기업은 이후 협상력과 분쟁 대응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는 의료데이터 활용 근거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계약서를 사업 초기부터 별도 문서로 정리해두는 작업이 핵심이다. 투자 실사는 예고 없이 들어오고, 그 시점에 이 두 가지의 권리 관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계약 조건이 불리하게 바뀌거나 절차 자체가 지연된다. 실사 요청서를 받은 뒤에야 자료를 짜맞추기 시작하면 이미 협상의 주도권을 내준 상태로 시작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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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와 현지 법인 사이의 권리 정리도 빼놓을 수 없다. 연구개발은 한국에서, 사업화는 미국 법인을 통해 진행하는 구조가 많다 보니, 어느 쪽이 핵심 특허를 보유하고 어떤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부여하는지가 불분명한 채로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동연구개발계약(JDA)상 성과물의 권리 귀속까지 계약서 형태로 명확히 해두지 않으면, 투자 협상 테이블에서 정작 사업 조건을 논의하기도 전에 권리 관계부터 다시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쉽다.
결국 이 모든 준비의 공통분모는 하나다. 문제가 불거진 뒤 수습하는 게 아니라, 개발 착수 시점부터 특허·계약·연구개발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언제든 투자 실사에 곧바로 대응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두는 것이다. 실제 투자 협상에서 투자자가 먼저 확인하는 것도 특허의 개수가 아니라 권리 귀속이 명확한지,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은 없는지다. 미국 시장에서 IP는 더 이상 기술을 지키기 위한 방어 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투자를 유치하고 사업을 확장하는 데 필요한 전제 조건이 됐다. IP 설계를 개발 전략의 일부로 끌어안는 기업만이 그 전제 조건 위에서 미국 시장의 문을 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