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늘렸지만 '테슬라 퍼주기' 딜레마?

전기차 보조금 늘렸지만 '테슬라 퍼주기' 딜레마?

유선일 기자
2026.09.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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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달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7년도 예산안 상세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9.01. dahora83@newsis.com /사진=배훈식
[세종=뉴시스] 배훈식 기자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달 2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7년도 예산안 상세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9.01. [email protected] /사진=배훈식

내년 전기차 보조금 예산이 크게 늘었지만 그 수혜는 미국 기업 테슬라에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해외 브랜드를 견제할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차 보급 확대에만 속도를 내면서 '세금으로 미국 기업을 돕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예산을 올해 1조6114억원에서 내년 2조1403억원으로 32.8% 올릴 방침이다. 이를 통해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를 올해 30만대에서 내년 43만대로 늘리는 한편 내연기관차를 처분하고 전기차를 구매할 때 지급하는 전환지원금 대상을 택시 등 영업용 차량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이유에 대해 "최근 수요 급증세를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신규등록 자동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11.1%에서 올해 상반기 23.3%로 12.2%포인트(p) 상승했다.

문제는 '전기차 수요 급증'을 테슬라가 주도해 보조금 혜택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적 국내 전기차 신규등록은 23만703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3.3% 늘었다. 같은 기간 테슬라 차량 신규등록(한국수입자동차협회 집계 기준)만 살펴보면 2만6569대에서 6만6376대로 150% 급증해 전체 전기차 증가율을 크게 앞섰다. 국내 전기차 보급 확산을 테슬라가 이끌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는 테슬라의 올해 국내 신차 판매가 처음으로 연 10만대를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1~7월 국내 전기차 신규등록 중 테슬라 차량의 비중을 따지면 28%에 달한다. 각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모델별로 보조금 지급액이 달라 정확한 규모를 산정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보조금 예산의 상당액이 테슬라에 쏠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에서 테슬라 차량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보조금 예산 증액으로 이 회사가 받는 혜택은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업계는 자동차가 국가 전략산업인 점을 고려해 보조금 체계를 개선해 국산 브랜드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정부도 이런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난 5월 전기차 보급사업 수행자 평가 기준을 새로 마련했다. 그러면서 평가항목으로 △기술개발 역량(10점) △공급망 기여도(40점) △환경정책 대응(15점) △사후관리·지속성(20점) △안전 관리(15점) 등 5개 분야를 제시하며 배점이 가장 큰 '공급망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테슬라와 중국 브랜드가 선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6월말 발표한 보급사업 수행자에 테슬라는 그대로 포함되고 중국 BYD가 탈락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국내 제조공장이 없고 상대적으로 고용에 기여하는 바도 크지 않아 공급망 기여도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어 탈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이런 평가 결과가 나온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상 각 완성차 업체의 평가 점수가 '법인 등의 경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이기 때문에 관련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는 정부가 '전기차 보급 확대'라는 목표에 집중하며 국산 브랜드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30년까지 총 420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까지 국내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가 100만대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부터 매년 70만~80만대는 판매해야 달성 가능하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 자동차 업계 보호·지원보다 무리한 보급 목표 달성에 집중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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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일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등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 대학원에서 국가정책학을 공부했습니다. 2022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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