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투자는 쟁의대상 아니라지만…반도체 인력배치 '노사 변수'

신규투자는 쟁의대상 아니라지만…반도체 인력배치 '노사 변수'

김아영 기자
2026.09.0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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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지침, 공장신설·사업장 이전 결정은 의무적 교섭 대상에서 제외
'배치전환 관련 근로조건'은 교섭대상으로 열어 둬

(전남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 정부는 6일 광주 군공항 부지에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광주 군공항 활주로와 주변 부지의 모습.  2026.7.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전남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전남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 정부는 6일 광주 군공항 부지에 호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광주 군공항 활주로와 주변 부지의 모습. 2026.7.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전남광주=뉴스1) 김태성 기자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신규 반도체 설비 투자에 수반되는 인력 재배치가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두고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250,000원 ▼500 -0.2%)SK하이닉스(1,596,000원 ▼17,000 -1.05%)가 추진하는 호남권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실제 가동하려면 기존 사업장의 숙련 인력을 옮겨야 하는데, 이 과정이 노사 교섭과 분쟁에 묶일 수 있다는 것이다.

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개정 노조법 시행지침안은 공장 신설이나 사업장 이전 결정 자체를 의무적 교섭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신규 라인 가동을 위한 인력운영계획이 수립 중이거나 결정·공지돼 배치전환에 따른 근무지·직무 등 근로조건의 변동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해당 배치전환과 관련 근로조건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업계가 문제로 지목하는 부분은 정부가 신규 투자에 수반되는 인력 배치를 '투자 그 자체'가 아닌 '투자 실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로조건 문제'로 분리한 해석이다. 반도체 신규 라인은 기존 공장에서 수율을 잡던 숙련 엔지니어가 현장에 제때 투입돼 기술을 전수하지 못하면 가동이 어렵다.

특히 시운전과 초기 안전관리 단계에서는 설비 특성과 작업 위험요인을 숙지한 인력이 필요한 만큼 배치 지연이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산업에서 인력 재배치는 투자의 부수 업무가 아니라 곧 투자 실행 그 자체"라고 말했다.

업계는 지침이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을 교섭 대상으로 제시하면서도 구조조정의 범위를 명확히 한정하지 않아 해석상 혼란을 키웠다고 지적한다. 조직 효율화를 위한 사업 재편이라는 넓은 의미로 해석할 경우 사업 확대나 신규 공장 건설 과정의 인력 재배치도 구조조정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동일 사업장 내 출퇴근 시간 10분 차이의 근거리 발령이나 연쇄 인력 재배치,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도입에 따른 직무 재편까지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리적으로도 신규 투자를 위한 인력 배치까지 고용 축소를 전제로 한 구조조정과 같은 틀에서 교섭 대상으로 다루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규 투자 배치전환까지 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노조에 사실상 투자 거부권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구체적인 인력 배치를 추진할 때 배치전환 교섭권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전체 투자 일정을 지연시키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지난 7월 조합원의 84%가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에 반대한다는 설문 결과를 발표하며 해당 사안을 2027년 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특히 노조법 제2조 제5호에 따른 '사업경영상 결정'의 쟁의대상 해당 여부는 쟁의행위의 정당성 판단과 이에 따른 형사책임·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명확한 법적 기준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행정지침만으로 이러한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조합법을 개정하거나 시행령에 '신규 투자 및 설비 증설에 따른 통상적인 인력 배치는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점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고용과 임금이 유지되는 통상적인 인력 재배치는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하되 근무지 변경에 따른 주거 지원과 교통 지원 등 생활상 불이익은 노사가 협의하는 방식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면서도 신규 투자에 필요한 인력 이동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확대되면 글로벌 속도전 속에서 투자 집행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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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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