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SSM 갈등이 없는 이유

영국에 SSM 갈등이 없는 이유

런던(영국)=박창욱 기자
2009.11.14 09:41

한국에선 '기업형 슈퍼(SSM)' 문제로 인해 대형유통업체과 각 지역 중소 상인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다. 그러나 영국 1위, 세계 3위의 유통기업인 테스코는 지역 중소상인과 갈등을 거의 겪지 않는다고 한다.

지역 상인과 대화하고 실업난 해소 등 지역 사회에 공헌에 앞장 서는 테스코의 사례를 통해 상생경영을 위해 우리나라 대형유통업체에게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대화하고 기여하라=테스코는 상권별, 지역별로 엑스트라(3000평) 홈플러스(1300평,비식품 위주) 슈퍼스토어(500평) 메트로(300평) 익스프레스(30∼50평) 등 다양한 규모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메트로나 엑스프레스가 우리나라 SSM과 매장 규모나 성격 면에서 가장 비슷하다.

테스코 측은 각 매장을 열기 전에 항상 지역사회와 대화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존 티모시 테스코 대외협력 담당자는 "메트로나 익스프레스 매장을 개장하기 전에 간판 크기, 영업시간, 판매 품목 등에 관해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 상인, 주민 등과 먼저 협의한다"며 "의견이 다를 때에도 끝까지 절충점을 찾아 낸다"고 말했다.

런던 리젠트 매장 등 13개 익스프레스 매장의 운영 책임자인 안톤 디파즈는 "지역 사회에 대한 공헌이 매장의 주요 목표 관리 항목 5가지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 축제 행사가 있으면 소정의 협찬을 제공하며 아침에 수면 방해가 되지 않도록 아침 8시 이전엔 판매할 물품을 매장에 들여놓지 않는다"고 했다. 이 밖에 물품 운반 카트가 벽돌 거리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않도록 바퀴에 소리방지 장치를 부착하기도 하는 등 지역 사회의 요구가 있으면 이에 부응하기 위해 각 매장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역 실업해결에 앞장=테스코는 영국 전역 20개 이상 지역에서 '도심 재건 프로그램(Regeneration Partnership)'을 운영하고 있다. 테스코는 이를 통해 산업 붕괴로 낙후돼 실업이 만연한 지역에 대형 점포를 설립하고 지역 주민들을 재교육시켜 고용한다.

런던 동쪽 외곽 벡톤 지역에 버려진 가스공장 부지를 사서 만든 갈리온스 리치 엑스트라 매장의 니키 페리 점장은 "매장에 필요한 직원 400여명 대부분을 이 지역 주민들 가운데서 고용했다"며 "고용된 직원들이 지역에서 소비를 하면서 지역 상권이 살아나는데도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맨체스터에 위치한 테스코 치탐힐 슈퍼스토어 매장의 빌 모스 지역사회 담당자는 "자신 역시 지난해까지 실업자 신분이었다"며 "올 1월 문을 연 치탐힐점의 전체 근무자 280명 중 240명이 이전까지 장기 실업자 신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빌 모스는 "특히 직원 중 119명은 걸어서 매장에 출퇴근할 만큼 인접 지역에 살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우리 매장에 대해 지역민들이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치탐힐점은 매장 개장 전에 인근 집집마다 전단지를 배포해 취업설명회를 열고 지원자 가운데 간소한 시험과 6주간 자체 교육을 통해 직원을 최종 선발했다.

◇지역 상권 활성화에 도움=테스코 측은 적절한 품목 조정과 지역 경제 기여도를 감안한 출점으로 대형유통업체의 매장이 오히려 인근 상권을 활성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런던 동쪽 외곽에 위치한 테스코 덴톤점의 하워드 페리맨 점장은 "우리 매장이 인근 지역 손님을 유도해 다른 지역으로 갈 손님을 붙잡아 지역 내 구매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10년 이상 생활한 교포 성필규씨는 "영국은 유통 인프라가 좋아 대형유통업체와 중소 지역 상인간의 경쟁이 가능한 상황"이라며 "예를 들자면, 집안을 장식할 조화는 가격이 싼 테스코 매장에서 사는데, 생일날이나 기념일에 필요한 좋은 생화는 지역 꽃집에서 사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런던 서쪽 테스코 캔싱턴 매장의 대니 레이크 점장은 "우리가 파는 맥주의 상당 수가 영국 각 지역 업자들이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 매장이 지역 영세 맥주제조업자들의 주된 판로가 된다"고 했다. 루시 네빌 돌프 테스코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사우스햄튼 대학의 연구 결과에서도 테스코 같은 대형 유통업체의 점포가 지역상권을 활발하게 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국내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영국은 기본적인 유통환경이나 제도가 다르다"면서도 "지역사회와 소통하려는 노력과 고용 프로그램 등은 우리나라에서도 SSM 관련한 사회 갈등의 해결이나 정책 수립에서 참고로 할 만한 내용인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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