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토종패션의 몰락… 톰보이 부도 풀스토리

33년 토종패션의 몰락… 톰보이 부도 풀스토리

박희진 기자
2010.07.15 16:57

창업주 갑작스런 별세로 경영 공백… 쌈지 이은 장수브랜드의 연이은 몰락

ⓒ톰보이
ⓒ톰보이

"한때는 패션 피플의 '드림 컴퍼니'였는데…70년대 이대 앞에서 청바지 가게 오픈하던 시절을 이야기해주시던 돌아가신 회장님 생각이 나네요."

"남편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톰보이는 한 때 가장 큰 거래처였는데, 더 이상의 큰 '비바람'없이 잘 마무리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제가 20대 시절에 톰보이 하면 알아주는 기업이었는데 이제 추억 속의 브랜드가 되겠네요."

올해로 33년 된 토종 장수 패션 브랜드 '톰보이'가 15일 최종 부도 처리되자, 패션업계 관계자들의 보인 반응이다. 톰보이와 관련해 그동안 쌓인 수많은 사연의 무게만큼 관련 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톰보이는 고 최형로 회장이 1977년 선보인 영캐주얼의 효시로 국내 1세대 패션 브랜드라는 상징성이 크다. 올 들어 쌈지에 이어 톰보이까지 부도를 맞는 등 중견 패션사들의 몰락이 이어지면서 그 파장이 더하다.

재래시장의 저가 옷과 대형사의 정장 브랜드가 전부였던 77년 당시 런칭된 톰보이는 청바지와 티셔츠 등을 편안하면서도 자유롭게 매치한 영 캐주얼 스타일로 당시 여성들 사이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최형로 회장이 미국 시장을 조사하며 브랜드 이름을 '소년 같은 소녀'를 뜻하는 '톰보이'로 직접 지었고 간결한 발음과 세련된 느낌으로 고객을 사로잡았다. 80년도에 문을 연 명동 직영점은 연일 손님들이 줄을 섰고, 급기야 셔터를 내리고 영업을 할 정도로 손님이 넘쳤다.

그러나 창업주인 최형로 회장이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2006년 7월 별세하자 경영공백이 빚어지면서 사세가 급격히 꺾였다. 급기야 2007년 11월에는 논현동 본사를 260억원에 매각해야 할 정도였다.

또 전문경영인의 무리한 확장정책은 재고증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009년 4월 최형로 회장의 아들인 최정현씨가 대표이사에 취임해 재기에 나섰지만 결국 '매각'을 택해 32년 만에 주인이 바뀌었다.

금융권 출신으로 새로운 오너가 된 신수천 대표이사는 톰보이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 사 회사를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 때부터 쌓여있던 615억원에 달하는 과도한 부채로 인해 결국 자금난에 빠지며 최종 부도를 맞고 말았다.

톰보이 고위 관계자는 "인수 후에 매출은 바로 정상화돼 영업흑자를 냈지만 금융비용이 문제였다"며 "사채로 이자를 갚으며 재무 상황이 악순환에 빠졌다"고 말했다.

회사가 부도처리되면서 백화점 영업이 중단돼 그나마 선방하던 매출까지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회사가 부도 처리되면 매장을 철수한다"며 "톰보이 매장은 이틀 전부터 영업을 이미 중단한 상태로 추후 대응은 채권단의 의견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톰보이는 사원협의체를 구성했고 영업 사원대표를 선임해 정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최근 고 최형로 회장의 동생이자 톰보이에서 부회장까지 지낸 최형석 트라이씨클 대표에게 투자를 제안한 상태다. 그러나 과도한 부채로 실제 투자 성사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트라이씨클은 온라인 패션몰 1,2위인 '하프클럽', '오가게' 등 운영하는 회사로 지난해 2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패션1세대' 톰보이의 몰락으로 국내 장수 패션 브랜드의 한계에 대한 문제의식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장수 브랜드가 망하는 이유는 노화를 막고 끊임없이 체질개선을 하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한국은 소비자가 까다롭고 시장 경쟁이 치열해 끊임없는 자기개발과 변신 없이는 살아남지 못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패션업계는 오너 1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경영체제라는 점과 2세로의 경영승계가 원활하지 못한 점도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톰보이가 30주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보인 8m 높이의 대형 마리오네트 인형 '테라(Tara)'의 이미지. 테라는 여성의 자유정신과 독립성, 사회 참여 메시지를 전달하며 신 여성상을 표현했던 톰보이가 21세기에 맞는 강한 신여성을 대변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리스어로 '대지의 여신'을 의미하는 테라는 호주에서 6개월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특수 제작됐다.
↑지난 2007년 톰보이가 30주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선보인 8m 높이의 대형 마리오네트 인형 '테라(Tara)'의 이미지. 테라는 여성의 자유정신과 독립성, 사회 참여 메시지를 전달하며 신 여성상을 표현했던 톰보이가 21세기에 맞는 강한 신여성을 대변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리스어로 '대지의 여신'을 의미하는 테라는 호주에서 6개월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특수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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