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 육포' 세븐일레븐 만나자 매출 20배 껑충"

"'휴게소 육포' 세븐일레븐 만나자 매출 20배 껑충"

장시복 기자
2011.09.29 06:01

[행복한 동행/유통업계, 동반성장의 현장을 가다-15]세븐일레븐-나래유통

2009년 고속도로 휴게소를 주름잡던 '육포'가 있었다. 딱딱하고 거친 보통의 육포와 달랐다. 반건조식으로 만들어져 말랑말랑한 게 특징이었다. 갈비맛 양념도 일품이었다. 충남 천안의 나래유통이란 조그만 회사가 자체 개발해 선보인 양념 육포였다.

출출해진 남녀노소 여행객들은 물론 고단한 버스·트럭 운전자들에게도 훌륭한 간식이 됐다. 입소문을 타면서 우동 그리고 트로트 메들리 카세트테이프와 함께 휴게소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그래도 이 회사의 고락종 대표는 늘 고민이었다. 휴게소라는 유통구조의 한계를 벗어나고픈 욕구 때문이었다.

그러던 고 대표에게 2009년 말 어느 날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강남영 안주류 상품기획자(MD)였다. 휴게소에서 이 육포의 맛을 직접 본 MD가 '대박'의 느낌을 받았다는 얘길 전했다. 둘은 바로 만나 사업 얘길 나눴다.

이때부터 나래유통은 정말 '나래'를 펴기 시작했다. 고 대표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전국 동네 방방곡곡에 깔린 편의점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육포를 선보일 수 있다는 설렘이 가득 찼다. 고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대형 유통사에 납품을 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다소 겁도 났어요. 하지만 이번이 내 일생일대의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스쳤죠."

그런데 꿈을 이루기가 생각만큼 쉽진 않았다. 맛은 물론 합격점이었지만 뜻하지 않은 암초에 부딪혔다. 위생 관리와 생산 효율성이 낙제점이란 평가를 받았다. 워낙 영세하게 운영되다 보니 위생 문제가 걸림돌로 다가온 것이었다. 휴게소에서 팔 땐 적당히 기준을 통과하면 됐지만 세븐일레븐은 여간 깐깐한 게 아니었다. 경영 체계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진단도 받았다.

곳곳에 드러난 허점을 메우기 위해 나래유통 공장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이뤄졌다. 가장 먼저 메스를 들이댄 곳은 바로 위생시설. 기존에 에어샤워로만 의존하던 위생 시설에 손세척기를 새로 들여놓았다. 근무자들의 위생복도 최신식으로 교체했다.

공장 운영 방식도 확 바뀌었다. 공정을 3단계로 구분해 효율성을 높였고, 포장실과 건조장도 증설했다. 예전엔 절단기 하나로 '양념맛'과 '일반맛' 육포를 함께 썰었지만 아예 절단기를 하나 더 추가해 각각의 맛을 지켰다. 신데렐라 못지않은 변신이었다. 세븐일레븐은 한 번의 컨설팅에 그치지 않고 매달 본사의 담당 MD, 안전센터 연구원, 품질관리자(QA)를 매달 파견해 사후 관리까지 했다. 나래유통 임직원들 모두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지난해 1월 나래유통이 본격적으로 전국 무대에 데뷔했다. 세븐일레븐의 자체브랜드(PB·Private Brand) 육포로 전국 유통망을 통해 팔리기 시작한 것. 이름은 '떡갈비 양념육포'였다.

단숨에 전국 세븐일레븐 5100여개 매장에서 안주류 판매순위 1~2위에 올랐다. 휴게소에서의 명성을 전국 편의점으로 넓혀간 것이다. 매출 규모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게다가 지난해 6월 '숯불갈비 양념육포' 신제품까지 내놓으면서 대박 조짐이 보였다.

세븐일레븐에 납품하기 전인 2009년 연간 6000만원 가량이었던 나래유통의 육포 매출은 지난해 5배인 5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구제역 파동으로 원가 상승 압박을 받던 가운데 나온 결과라 더 뜻깊다는 게 이 회사 설명이다. 고 대표는 세븐일레븐이 물류비를 3분의 1 수준으로 낮춰주고 거래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점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 8월 또 다른 호재가 터졌다. 세븐일레븐의 추천을 받아 같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슈퍼에까지 PB 육포를 납품하기 시작한 것. 이로 인해 매달 1억2000여 만원의 매출을 기록, 연간 매출 15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추석 납품대금 4000여만원을 먼저 지급해 나래유통 직원들이 명절 전 급여와 보너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도 줬다. 이는 세븐일레븐 소진세 대표의 강한 동반성장 의지에 따라 이뤄진 결과이기도 하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소 대표가 매달 협력업체를 방문해 애로사항을 듣고 현장을 직접 점검하는 등 소통과 교류에 앞장서고 있다"며 대표이사가 현장을 직접 챙기는 만큼 상생 관련한 의사결정도 빠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요즘 고 대표의 입가엔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작년부터 세븐일레븐과 거래를 시작한 것이 제겐 엄청난 행운이었죠. 세븐일레븐을 만나지 않았으면 어떻게 매출이 20~30배나 성장할 수 있었겠어요. 게다가 체계적인 경영지도 덕분에 공장 시스템도 크게 개선됐죠. 앞으로 설비도 더 증설하고 대형 유통사와 거래도 늘려서 국내 육포 시장 1위를 차지할 겁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