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르웨이 극작가 입센은 "나설 무대가 아닌 곳에는 함부로 나서지 말라. 세계에는 빈 곳이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그저 막연하게 꿈을 꾸기보다는 자신의 상황과 능력에 맞게 현실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조언인 셈이다. 남들이 다 원하는 것이라고 해서 나도 그걸 꼭 따라갈 필요는 없다. 남들이 원하는 것이 나에게도 잘 맞으리라는 법은 없으니.
예전 일본 부자들의 특징을 분석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 가운데 '영어 공부에 무조건 목매지 않는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글로벌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모두가 영어에 매달리는 우리나라 사회와는 딴 판인 이야기다.
모든 사람이 영어에 능통할 필요는 없으니, 자기 일과 크게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면 영어 공부할 시간에 차라리 자기 분야를 더 깊게 파는 게 성공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10일 한국콘텐츠진흥원 등과 함께 미국 뉴욕에서 '콘셉트 코리아 FW12'(Concept Korea FW12) 행사를 개최한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국내 유명 디자이너들이 세계 4대 콜렉션 가운데 하나인 '뉴욕패션위크'의 공식 일정에 맞춰 현지에서 프리젠테이션 쇼를 열고, 미국 유명 디자이너 쇼룸에도 개별 입점한다. 이번엔 한국의 대표적인 디자이너인 이상봉을 비롯해 손정완, 이주영, 도호, 스티브J&요니P 등이 참가한다.
콘셉트 코리아 행사는 2010년 2월부터 매년 봄·여름 및 가을·겨울 시즌에 맞춰 뉴욕패션위크와 연계해 진행돼 왔다. 올해 5번째로 열리는 이 행사의 취지는 패션 본고장인 뉴욕에 한국을 대표할 만한 디자이너의 전시회를 지원,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로 연결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진 디자이너보다는 국내 유명 디자이너가 주로 선정되며, 현지에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한번 선정되면 적어도 2,3번 이상은 반복해서 지원한다는 게 문화부의 설명이다.
#. 돈이란 건 그렇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제대로 써야 '돈 쓴 효과'를 발휘한다. 우리 일상에서든, 나라 살림이든 그 이치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콘셉트코리아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콘셉트 코리아 행사엔 2010년과 지난해 각 13억원이 지원됐다. 올해는 10억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다. 매년 2번의 행사가 열린다고 보면 한번에 최소 5~6억원 이상의 예산지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적지 않은 세금이 '패션 본고장인 미국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디자이너의 옷을 팔아보기 위해' 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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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콘셉트코리아를 통해 52만 달러의 수출상담 실적을 거둬, 뉴욕 패션 한류의 성공적 원년을 일궜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정작 실제 판매 실적은 미미한데, 실제 매출은 상담 실적의 10% 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계산하면 우리 돈으로 5천만원 조금 넘는 옷을 '본토 뉴욕'에 팔아보자고 매년 10억원이 넘는 세금을 썼단 소리다. 기업 같으면 해고돼도 할 말이 없을 수치다. 차라리 '뉴욕 패션 한류' 어쩌고 말이나 하지 말지.
#. 왜 패션은 꼭 뉴욕이나 파리여야 하나. 아시아에서 한류 열풍이 드센 데, 꼭 뉴욕에서 쇼를 하고 미국에다 옷을 팔아야 하나. 그래야 패션 강국이 되나. 이른바 패션 중심지엔 참신한 신진디자이너 위주로 도전하는 대신, 유명 디자이너들이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더 많은 쇼를 하도록 지원하면 성과가 훨씬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상봉 선생만 해도 한국에선 유명하지만 뉴욕 현지에선 거의 신인 급이나 마찬가지다. 현지 바이어들에게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반복적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라는 이 행사 관계자의 설명을 듣자 이런 생각이 더 강하게 굳어졌다. 그야말로 '문화 사대주의'는 이런 경우에 딱 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패션 같은 문화산업 분야에 성급하게 제조업의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문화산업 분야라도 세금을 이리 '앞뒤 없이' 쓰는 건 분명 아닌 듯하다. 중국에서 이른바 '명품' 대접을 받으며 국내보다 훨씬 잘 나가는 여러 패션기업들의 사례를 문화부에선 확실하게 참고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