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대형교회 인근 주택가에 사는 박모씨는 일요일이면 교인들이 이중 삼중으로 동네에 주차해 정작 자신의 차량은 빼내지 못한 경험이 다반사다. 박씨는 교회 관계자들과 주차 문제로 실랑이까지 벌인 적이 많다.
#수도권에서 100개 병상 규모의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김씨는 지난해 교통유발부담금으로 1800만원을 냈다. 김씨는 하루 평균 1∼2회 응급차가 환자를 싣고 오는 것을 빼면 병원 방문차량 때문에 교통에 지장을 주는 일은 없는데 과도한 부담금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병원경영이 적자 수준인데 앞으로 부담금을 더 늘린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교통유발부담금 인상을 적극 검토하는 가운데, 일부 업계에서 부담금 제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차량 통행이 많은 학교나 종교시설, 미술관, 박물관 등은 공익시설이라는 이유로 부담금을 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공익 목적이 있는 병원은 부담금을 꼬박꼬박 내야 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같은 유통업계도 현행 부담금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2018년까지 ㎡당 부담금 기준을 최대 1000원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교회는 안내고 병원은 내고, 형평성 논란〓대한병원협회는 이미 국토교통부에 부담금 대상에서 병원들을 빼달라고 정식 요청했다. 국토부가 1㎡당 350원인 부담금을 최대 1000원으로 올릴 경우 대형병원들은 부담금 폭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실제 서울 소재 6만2464㎡(600병상) 규모의 한 병원은 지난해 ㎡당 부담금을 700원으로 적용받아 1억1193만원의 부담금을 냈다. 그러나 이 병원은 자체 계산 결과 앞으로 최대 3억1981만원을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의 2900여개 병원이 이처럼 부담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 같은 유통업계는 부담금 폭탄이 더 심각하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내년부터 부담금이 오르면 업체별로 지금보다 수십억원이 많은 연간 100억원이 넘는 부담금을 내야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경우 국내 매장 284개 중 220여개가 부담금 부과 대상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밀레오레처럼 개별 분양한 대형 쇼핑몰은 소유주가 다수라는 이유로 부담금을 내지 않는데 이는 백화점이나 마트와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독자들의 PICK!
◇부담금 감면 제도, 현실과는 동 떨어져〓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정하고 있는 부담금 감면 프로그램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부담금 감면 조건인 주차장 유료화나 자동차 요일제를 시행하면 고객 불편으로 영업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며 "사실상 부담금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미 10여년전에 금지한 셔틀버스 운영 같은 것을 감면 조건으로 내거니 유통업계는 속만 끓고 있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병원이 주차비를 받는다면 환자들을 대상으로 주차 장사를 한다고 소문이 나며 이내 환자들이 발길을 끊는다"며 "이런 감면제도는 그림의 떡"이라고 했다.
병원 전용 셔틀버스 운행도 환자 유인 행위로 의료법에 저촉될 수 있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자전거를 권장하면 부담금을 감면받는데 그렇다고 환자들에게 자전거를 타고 오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 때문에 단계적인 부담금 인상과 대중교통 활성화 방안, 현실적인 감면 유도책 등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