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회장의 뚝심, '라네즈' 날아올랐다

서경배 회장의 뚝심, '라네즈' 날아올랐다

송지유 기자
2014.03.21 05:50

중국·홍콩 등 최고급 백화점 1층에 입점…5년만에 매출 2.6배 늘어

#중국 상하이의 팍슨·지우광·파바이반 같은 최고급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가 입점해 있다는 것이다. 상하이 뿐이 아니다. 베이징 등 중국 100여개 주요도시마다 백화점에 가보면 시슬리와 샤넬 등 최고가 화장품 브랜드 옆에는 어김없이 라네즈 매장이 눈에 띈다. 프랑스와 미국, 일본 화장품 브랜드 일색이던 대륙의 백화점에 'K-뷰티'의 저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가 이번에는 미국으로 날아 올랐다.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에서 고급 브랜드로 자리 잡은데 이어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미국에도 입성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시들했던 매출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으며 매년 10∼20% 정도 매출이 증가해 올 연말에는 매출 5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서울 주요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업계에서는 라네즈 코너가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곳이 됐다.

◇서경배 회장의 뚝심…라네즈의 재발견=라네즈는 1994년 출시 직후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당대 최고 여배우가 등장한 '영화같이 사는 여자'라는 콘셉트의 CF가 대박을 치며 순식간에 화장품 파워 브랜드로 떠올랐다. 출시 2년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을 정도다.

그러나 기능성을 내세운 '아이오페'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마몽드' 등 아모레퍼시픽의 다른 브랜드들이 입지를 굳히는 동안 라네즈 이미지는 갈수록 약해졌다. 백화점 입점은 커녕 화장품 가두 매장에서도 인기가 시들했다. 수입 화장품 브랜드들이 밀려 들어오고, 저가 브랜드숍이 승승장구하며 라네즈는 더욱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라네즈를 포기하지 않았다. 매출이 제자리인 한국 대신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02년 홍콩 소고백화점에 입점하며 해외사업을 본격화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입점이 쉽지 않았지만 백화점 유통만을 고집했다.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뚝심이었다.

고급 이미지가 쌓이고 한류열풍까지 불면서 라네즈는 중국에서 최고 인기 화장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현재 라네즈의 해외 단독매장은 10개국에 걸쳐 471개에 달한다. 중국에서만 329개 매장을 두고 있고, 홍콩(25개)과 말레이시아(25개), 대만(20개), 싱가포르(19개) 등에도 수십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년 스테디셀러의 비상, 매출 1조 초읽기=해외사업이 성공하며 매출은 수직 상승했다. 2009년 2100억원으로 2000억원 매출을 돌파한 이래 2010년 2550억원, 2011년 3130억원, 2012년 4020억원으로 뛰었다. 지난해는 4580억원으로 14% 성장했다. 해외매출 비중은 51.5%로 한국 매출을 처음으로 앞지른 한 해였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라네즈 화장품을 구입하자 백화점과 면세점의 명당 자리를 꿰찬지도 오래다. 서 회장은 2020년까지 라네즈를 연 1조원대 초대형 브랜드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한국 화장품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해외 매출을 높인다면 충분히 가능한 성적표다.

업계 관계자는 "라네즈는 설화수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데도 서 회장의 뚝심 전략으로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 고급 브랜드로 통하고 있다"며 "국내 화장품업계가 가장 관심있게 지켜보는 브랜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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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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