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킹크랩 파동과 질소과자

[우보세]킹크랩 파동과 질소과자

오승주 기자
2014.10.20 10:26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최근 벌어진 '킹크랩 파동'은 흥미롭다. 하루 만에 평소 절반 가격으로 뚝 떨어지자 노량진 수산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노량진과 가락시장 등 주요 수산시장에서는 평소 하루 판매량으로 킹크랩 200㎏ 정도를 갖다 두는데 반나절 만에 동이 났고, 이튿날에도 수요가 몰려 '킹크랩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실제로 한 지인은 킹크랩 가격이 1㎏ 당 3만5000원으로 폭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모든 약속을 미룬 채 노량진 수산 시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발 디딜 틈 없는 시장에서 킹크랩 대신 사람 구경만 실컷하고 입맛만 다시며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희한한 것은 절반 가격으로 뚝 떨어진 킹크랩 값이 다시 하루 만에 '원상복구'됐다는 점이다. 킹크랩 파동이 이틀 흐른 17일 서울 가락시장의 킹크랩 가격은 1kg에 4만5000~4만8000원에 거래됐다. 전날 1kg당 3만~4만원이었으니 하룻새 가격이 50% 뛴 셈이다.

킹크랩 파동은 학교에서 배웠던 '수요와 공급' 법칙을 그대로 보여줬다. 가격이 싸면 수요가 몰리고, 비싸면 외면한다. 물론 수요자가 울며 겨자먹기로 살수 밖에 없는 공급자 위주의 독과점이 형성되면 가격은 치솟을 수밖에 없지만 이 같은 경우는 상품이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시대에 예외적인 경우다. 게다가 독과점은 정부 감시 이래 철퇴를 맞기 때문에 '치고 빠지기 식'의 한 철 장사가 아닌 지속적인 기업을 이어가려면 포기하는 게 낫다.

킹크랩 파동과 함께 머릿 속에 겹쳐진 것은 '질소과자' 논란이다. 대학생 2명이 질소를 충전한 과자봉지 160개를 엮어 뗏목을 만들어 한강을 건넜다. 앞서 2007년 즈음엔 '노래방 새우깡'(400g)을 안으면 구명조끼를 대신해 물에 뜨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모두 과대 포장을 비꼬는 퍼포먼스였다. 봉지를 뜯어보면 내용물은 얼마 없는데 포장만 부풀려 제조사들이 폭리를 취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제조사들은 질소포장을 하지 않으면 내용물이 부스러지는 경우가 많아 최선의 선택이며, 포장이 내용물의 20%를 넘지 못하는 법적 기준을 지켰다고 항변한다.

킹크랩 파동과 질소과자를 연관시킨 이유는 '수요과 공급' 법칙에 소비자가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극단적인 주장일지 몰라도 비싸다고 여겨지면 안 사 먹으면 된다. 요즘은 곳곳에 수입과자점이 퍼져 있어 대체재를 구매하기도 쉽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죄악'이라는 관점에서 집단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조롱하는 것은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걷는 내수기업을 더욱 힘겹게 만드는 일일 뿐이다.

물론 기업들도 '먹기 싫으면 사지마'라는 태도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지적을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법과 기준 타령만 하지 말고 개선책을 적극 찾아 갈 때 매출보다 중요한 신뢰를 쌓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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