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직은 본사 임원 차지, 중요 직책 맡기 힘들어...10년차면 이직 고민
"회사는 잘 나가지만 저는 이직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 나이면 이제 떠날 때가 됐습니다"
A 수입 명품 브랜드 한국법인의 10년차 직원은 이직 이야기를 꺼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위로 남아있는 한국 직원이 거의 없다"며 "조만간 직장을 타의로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근속 연수가 늘어 관리직으로 넘어갈 때가 되면 대부분 직장을 떠나는 것이 명품 브랜드 한국 직원들의 공통된 고민이라고도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법인에만 이른바 '유리천장'이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마다 연차 차이는 있지만 관리직 직원 대부분은 해외 본사에서 온 임원들에 가로 막혀 진급이 힘들기 때문에 장기근속을 꿈도 꿀 수 없다. 특히 재무나 회계 등 핵심 업무직은 임원급으로 올라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화려한 기업 이미지와 합리적인 사내 문화를 좇아 명품업체 입사를 선택했지만 7~8년만 근무하면 '현실적 한계'를 실감하게 된다.
관리직이 아니어도 비중 있는 직책을 맡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이미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명품의 특성 상 '결정권'이 있는 자리는 한정적이고, 이마저 한국 직원들에게 맡기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막상 이직을 하려고 해도 딱히 어떤 경력을 쌓았는지 대놓고 이야기할 것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유리천장'은 명품업체 한국법인의 운영이 얼마나 폐쇄적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회사를 수년 이상 다녀도 정확히 한국에서 얼마의 수익을 올리는지, 본사로 흘러들어가는 로열티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조차 알 수 없다. 그러니 내 연봉이 과연 적정 수준인지도 알지 못한다. 과거 에스티로더의 한국 자회사 엘카코리아 노조가 해외 본사에 영업이익을 공개하라며 파업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한국에서 외부 회계감사를 받지 않는 유한회사 형태로 영업하고 있는 명품브랜드는 에르메스코리아와 샤넬코리아, 시슬리코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2012년에는 루이비통코리아도 유한회사로 전환했고, 엘카코리아도 유한회사여서 경영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전혀 없다. 한국 명품시장이 12조원 규모로 세계 8위로 성장했다고 하지만 그 과실을 위해 함께 노력한 한국 직원들은 10년차면 씁쓸한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