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홈쇼핑업계가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홈쇼핑의 보험 판매를 재검토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행위 혐의를 적발해 홈쇼핑을 코너로 몰아넣고 있다. 검찰은 검찰대로 홈쇼핑의 납품비리를 업계 전반으로 확대하고 나선 상태다. 거의 대부분의 권력기관들이 홈쇼핑을 정조준하는 모양새다. 물론 이참에 홈쇼핑의 뿌리 깊은 비리나 모순된 정책을 싹 바꾸고 가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홈쇼핑 업체 전반을 궁지로 몰아넣는 이 모습,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1995년 홈쇼핑 출범 당시 정부는 유통 단계를 대폭 축소해 소비자에게 합리적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중소기업 판로를 지원한다며 당위론을 폈다.
하지만 유통단계는 줄었을지 몰라도 홈쇼핑 본사에 줄을 대기 위한 납품업체와의 결탁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상품기획자나 편성담당자가 납품업체로부터 로비나 상납을 받는 것은 물론, 납품단가 후려치기나 제작비 전가 등의 불공정행위 같은 구태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이 부작용을 정부도 몰랐을 리 없다.
물론 일각에서는 정부가 홈쇼핑 사업 재승인을 결정할 때 비리 적발업체에게 패널티를 부과해 재승인을 어렵게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또 다른 일부에서는 이런 홈쇼핑의 문제점을 범정부 차원에서 들쑤시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제7홈쇼핑' 설립을 위한 기존 업체들 압박용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기존 홈쇼핑이 이처럼 비리나 저지르니 제7홈쇼핑을 세워 판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7홈쇼핑이 과연 홈쇼핑 업계의 관행을 180도 바꿀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제5 홈쇼핑(우리홈쇼핑)과 제6 홈쇼핑(홈앤쇼핑)이 개국했을 때 이런 관행은 개선됐어야 하지 않나? 하지만 이제 돌이켜보면 달라진 것은 없지 않는가?
홈쇼핑의 비리는 시청률이 높은 황금 시간대를 차지하기 위한 구조적 모순에 있다. 20∼30분만 방송해도 매출 효과가 확실한데 로비나 상납 관행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홈쇼핑 업체만 새로 만든다고 근본 틀이 달라질리 없다. 홈쇼핑업계에 대한 회초리도 필요하지만 그것을 제7홈쇼핑 설립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흑심은 있어서는 안 된다. 제7홈쇼핑이 어느 특정집단의 자리를 만들어주는 창구로 전락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