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업력 28년" 세븐·CU '최장기점주'에 '편의점 인생'을 듣다

[MT리포트]"업력 28년" 세븐·CU '최장기점주'에 '편의점 인생'을 듣다

박진영 기자
2018.03.31 04:15

[2018 편의점 창업노트]⑥25년 이상 장기점주가 말하는 편의점 운영의 노하우, 어려움과 보람

세븐일레븐과 CU 최장기 가맹점주들은 친구들이 하나둘 퇴직을 하는 나이임에도 여전히 25년 이상 '현역'에 있다. 이들이 공통된 보람으로 꼽는 것은 '꼬마 손님'이 훌쩍 커 자녀를 데리고 올때, 그리고 "아저씨 이렇게 그대로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다. 이들에게 편의점 인생과 운영 노하우, 어려움과 창업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1)"28년 운영, 국내 1호 편의점 가맹점주" 고근재 세븐일레븐 쌍문점 점주(61)

"평생 '세븐'에만 매달려서 저렇게 늙은이가 됐네."

지난 24일 28년간 운영한 매장에서 인터뷰 사진을 찍는 고근재 세븐일레븐 쌍문점 점주(61)를 보며 아내 정유미씨는 이렇게 말했다.

고 대표는 1989년 12월27일부터 쌍문점을 운영해왔다. 당시 코리아제록스(당시 코리아세븐 운영사)에 직접 제안해 투자비와 수익금을 모두 '반반' 나누기로 한 최초의 가맹계약을 맺고 편의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에는 편의점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어요. 동네 슈퍼들은 유통기한, 위생관리가 전혀 안됐죠. '좋은 물건을 제 값에' 팔고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편의점의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국내 1호 편의점은 오픈과 동시에 '대박'이 났다. 매장 앞에 20~30m 행렬은 예사였다. 아르바이트 시급이 800원이던 시절 하루 매출만 14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편의점 인생'은 결코 녹록지만은 않았다. 가장 큰 위기는 IMF때였다. 매출이 반토막이 나 친구 사업을 도우며 '투잡'을 했다. 2002년 월드컵의 해는 신이 났다.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고 씀씀이도 좋아 하루 매출만 300~400만원에 달했다.

고 대표는 28년 편의점 인생의 노하우는 따로 없다고 했다. 다만 '한결같이 원칙을 지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건강이 나빠지기 전까지 25년간 매일 아침 8시부터 6시까지, 365일 일했다"며 "직원들 최저임금은 물론 상품관리 지침을 어긴 적 없다"고 말했다.

매출의 60%는 단골손님들이 책임진다. 고 대표는 "꼭 고객의 이름을 물어보고, 불러드렸다"며 "다른 지역에 살면서도 한 달에 한 번 방문해 담배 두 보루씩을 사가는 고객이 있고 인근 덕성여대 학생들은 세월이 흘러도 '은사님' 찾듯 방문한다"고 말했다.

4~5년 전부터는 업계 경쟁이 격화하며 '사원 월급' 정도 벌며 그럭저럭 버틴다. '대기업 부장, 이사' 출신 지인들이 편의점 창업에 대해 물어보면 쓴소리를 '한 바가지' 한다. "어머니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챙겨야 하는 일인데 지금까지 '위치'를 버릴 수 있겠느냐고"고 말한다. 그래도 꼭 해야겠다면 매장 일을 해보고 창업하길 권한다.

고 대표는 '편의점 하나'로 아들을 내로라하는 대학교 교수로 키워냈다. 그는 향후 '인생 목표'를 "할 수 있는데까지 최선을 다하고, 잘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25년 CU 최장기점주" 손학복 CU 광장점 대표(52)

"저희 가게가 뭘로 제일 유명한지 아세요? 바로 '택배'와 '떡볶이'에요."

손학복 CU 광장점 대표(52)는 25년간 장기 운영의 비결로 '영업력'을 꼽는다. 영업력은 결국 "작은 것 하나라도 손님에게 더 이익이 되게 하려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택배는 신경이 많이 쓰이는데 돈이 안돼요. 그런데 그 택배를 '기꺼이' 했죠. 포장도 없이 부쳐달라고 하는 손님께는 박스를 구해다 포장을 해드렸고요. 그랬더니 '이 집이 택배를 잘한다'며 손님들이 와요. 떡볶이도 손이 많이 가서 안하는 곳도 많죠. 그런데 '분식집보다 떡볶이가 맛있다'며 손님들이 또 찾아와요."

각종 할인행사, 신제품 및 새로운 서비스 도입에도 적극 나선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버리는 '폐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발주할 것도 강조했다. 그는 "'항상 이 편의점에 오면 도시락이 꽉 차있다' '이런 서비스도 있다'고 고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한다"며 "당장은 손해같고 버티기 참 힘들지만, 이런 고객경험들이 쌓여서 어느 순간 매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관리도 중요하다. 손 대표의 편의점에는 야간근무만 23년간 한 직원이 있다. 사실상 광장점을 함께 지켜왔다. 손 대표는 "야간근무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 하셔서 이제 제가 12시간 야간근무를 선다"며 "아르바이트생들에게도 최대한 '00 하지 말라'라는 말을 안하고 어떤 결정이든 '점주처럼 재량껏' 하라고 독려한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지겨움으로 업종을 변경하고 싶었던 때도 있고, 가게 상황이 안좋았던 적도 더러 있었다. 어려운 시기에는 '초심'을 떠올리며 극복했다. 손 대표가 사업을 시작할 때 갓난아기였던 첫째 딸은 이제 27살이 됐다.

"저는 늘 고객들에게 '제가 뻣뻣해지고, 변한거 같으면 알려달라'고 말해요. 5년 전쯤엔 실적이 부진했는데 리모델링을 하고 '다시 초심'이라고 각오를 세웠어요. 먹거리, 베이커리, 튀김 등 손이 많이가고 번거로운 제품들도 적극 도입했습니다. 그랬더니 경기가 더 안좋아졌는데도 저희 매장은 매출이 조금이나마 오르더라고요."

손 대표는 '운'도 따라줬다고 생각한다. 비교적 경쟁점이 들어서기 쉽지 않은 입지인데다가, '정겨운' 주택가라 단골들도 상당하다. 하지만 경쟁점 증가, 경기부진 등 환경적 요인도 커 최근은 어려움을 겪는 점주들도 많다. 본인도 사정이 좀 나은 편이고, '현역 25년차'이지만 여전히 12시간 야간 근무를 하며 한달 400만원 안팎 정도를 벌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둘째 딸이 편의점을 해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한다. 창업 당시 비디오 가게, 속옷 가게, 화장품 가게 등 자영업 트렌드였던 가게들이 다 사라졌지만 편의점은 고객발길이 계속 이어질거라 생각했던 판단이 맞았다. 인터넷 등장에도 고객이 찾을 수 밖에 없는 '요즘 시대 업종'이라고 생각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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