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신촌 대학가 꽃집 가보니..3만~4만원하던 꽃다발 5000원으로, 코로나로 졸업·입학 피크시즌 놓쳐

"30여년간 이곳에서 꽃 가게를 해왔지만, 이런 적은 정말 처음이에요. 전기세도 제대로 못내고 있어요. 너무 힘드네요."
3일 오후 서울 신촌 연세대 정문 맞은편 '연세 꽃' 가게 김영숙(74) 사장의 눈가엔 눈물이 가득 고였다.
내수 경기가 극도로 얼어 붙으면서 꽃을 살 여유가 사라졌다. 여기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2~3월 학교들의 입학·졸업식이 취소되면서 '피크 시즌'이어야 할 화훼 업계가 아사 위기에 빠졌다. 앞으로 5월 가족의 달까지 코로나 사태가 이어질 경우 화훼 업계가 붕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기자가 가게로 들어설 때 한 모녀가 풍성한 꽃 한 다발을 사들고 나왔다. 평상시 였으면 3만~4만원 정도였던 이 꽃 한다발의 가격은 현재 5000원까지 곤두박질 쳤다.
"수익이 10분의 1로 확 줄어들었어요. 이미 작년에 농가들이랑 직접 계약해 놓은 꽃들이라 무르거나 폐기할 수도 없죠."

이날 통계청은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코로나 19로 졸업식이 취소되면서 생화 가격이 전월보다 11.8% 하락했다"고 밝혔는데, 현장 분위기는 더 심각해 보였다.
한 사람만 겨우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좁은 가게는 꽃으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찼다. 팔리지 않아 쌓아둔 '재고'다. 주인을 찾지 못한 꽃들은 시들어 쓰레기장에 버려진다. 다음날 새벽에는 또 다른 새 꽃들이 가게를 다시 가득 채운다.
가게 공간으로는 부족해 옆 창고까지 쓴다. "꽃은 늦은 밤에도 계속 상태를 유지해야 해 전기를 계속 쓸 수밖에 없어요. 요즘엔 꽃 폐기 분을 치워주실 분도 필요한데, 인건비도 인건비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위험하다고 일할 분도 안나타나요."
인근 신촌 대학가의 꽃가게들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인 곳들이 많다. 양재 화훼 공판장 등 도매상에 가면 대량으로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아예 김 사장에게서 꽃을 사가는 가게들도 꽤 있다.
그럼에도 김 사장은 그 흔한 정부 탓도 하지 않았다. "아직 취직 못한 학생들 보면 안타까워요.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데 어쩌겠어요. 빨리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죠." 김 사장은 하염없이 꽃들만 바라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