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이 26일 단행한 정기 임원 인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신동빈 회장의 '경영 쇄신' 의지가 엿보인다.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 화학군을 중심으로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데 이어 올해는 실적 반등과 신사업 발굴이 절실한 유통·식품 사업 분야 최고경영진에 새로운 인물을 대거 발탁했다.
경영진의 '세대교체'에 방점이 찍힌 인사인 셈이다. 우선 신 회장의 장남인 '3세 경영자'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지 않았지만, 역할이 대폭 확대됐다. 신 부사장은 롯데지주에 신설한 전략컨트롤 조직을 총괄하면서 그룹 전반의 사업구조 전환을 주도하고, 롯데바이오로직스 공동대표로 선임돼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사업도 지휘하게 됐다.
1986년생인 신 사장이 그룹 경영 전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그와 손발을 맞출 최고경영진의 연령대기 한층 낮아진 점도 눈에 띈다. 이번 인사를 통해 60대 이상 임원 중 절반이 퇴임했다.
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는 이동우 부회장이 물러나고 고정욱 사장과 노준형 사장이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한다. 고 사장은 재무와 경영관리, 노 사장은 전략과 기획 업무에 주력한다.
특히 그룹의 중심축인 유통 사업에선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 인사'가 이뤄졌다. 유통사업 재건을 위해 2022년 외부에서 전격적으로 영입한 김상현 롯데 유통군 부회장과 정준호 롯데백화점 사장이 모두 물러났다.
이들의 빈자리엔 '젊은 피'가 수혈됐다. 정현석 롯데백화점 신임 대표는 1975년생으로 2000년 롯데쇼핑 입사 후 25년간 자리를 지킨 '원클럽맨'이다. 백화점 고객전략팀장, 영업전략팀장, 중동점장, 롯데몰 동부산점장 등을 거쳐 2020년 유니클로 국내 사업 운영사 FRL코리아 대표를 맡았다. 그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 적자였던 유니클로의 사업 구조 개편을 주도해 흑자로 전환시키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정 대표의 발탁은 반등이 필요한 롯데 유통 사업 구조 개편의 키가 다시 내부 인사에게 돌아갔단 의미도 있다. 앞서 백화점과 아울렛 오프라인 매장의 융복합 프로젝트, 온라인 채널과의 시너지 효과 개선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면서 미래 먹거리도 발굴해야는 중책을 맡게 됐다.

롯데리아 등 프랜차이즈 운용사 롯데GRS를 이끌었던 차우철 대표도 사장으로 승진해 오프라인 유통의 한축인 마트와 슈퍼 사업을 총괄한다. 내수침체와 소비쿠폰 영향으로 업황이 침체한 상황에서 사업구조 개편과 글로벌 사업 확장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롯데e커머스 신임 대표를 맡은 추대식 전무는 수년째 적자인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을 정상화하면서 흑자 전환을 위한 전략 수립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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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유통군 총괄(HQ) 체제를 폐지하면서 백화점·아울렛, 슈퍼·마트, 이커머스 등 롯데쇼핑 산하 모든 계열사의 최고경영자를 바꿔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각 유통 계열사의 자율 경영이 보장되고, 신속한 의사 결정이 이뤄질 것이란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롯데는 이번 인사를 통해 철저한 성과 보상 원칙도 천명했다. 1960년생 김송기 롯데호텔 조리R&D실장은 올해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만찬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공로를 인정받아 상무로 승진했다. 각 분야에서 직무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는 직급 연한에 관계없이 임원으로 발탁 승진한 사례도 많았다. 신임 임원은 총 81명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고, 이 가운데 10%인 8명이 여성 임원으로 발탁해 여성 인재 등용 원칙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