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복도, 립스틱도 여기서 샀다"…다이소로 바뀐 소비 습관

"골프복도, 립스틱도 여기서 샀다"…다이소로 바뀐 소비 습관

하수민 기자
2026.04.14 16:11
서울 시내 한 다이소 매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한 다이소 매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직장인 박보기(가명·50대)씨는 최근 주말 골프 라운딩을 앞두고 다이소 매장을 찾았다. 간절기용으로 가볍게 걸칠 옷이 필요했지만 한두 번 입을 옷에 큰돈을 쓰기는 부담스러웠다. 동료의 추천으로 5000원짜리 바람막이를 집어든 그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실제 착용 후 생각이 바뀌었다. 박 씨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착용감이 괜찮았다"며 "이제는 옷도 다이소에서 먼저 찾게 된다"고 말했다.

#.직장인 차모씨(30대)는 최근 화장대를 '다이소 제품'으로 채우고 있다. 기초화장품부터 색조 제품까지 대부분을 다이소에서 구매한다는 그는 "부담 없는 가격 덕분에 여러 제품을 써볼 수 있고 품질도 기대 이상"이라며 "예전에는 저렴하면 품질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신제품이 나오면 먼저 다이소를 확인한다"고 했다.

고물가 시대를 맞아 다이소가 생활용품점을 넘어 '가성비 소비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의류와 뷰티, 전자기기까지 상품군을 빠르게 확장하며 소비자 일상 전반으로 파고든 결과다. 지난해 매출 4조500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배경엔 경기 불확실성과 물가 상승이 있다. 여기에 가격 대비 만족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에 올라탄 결과로 풀이된다.

다이소 인기의 핵심은 가격 대비 품질, 즉 '가성비'다. 외식과 패션, 생활 전반의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되 효용은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다이소는 1000~5000원 균일가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품질을 꾸준히 개선하며 이러한 수요를 정확히 겨냥했다.

특히 '저가 제품은 품질이 낮다'는 기존 인식을 깨기 위한 소싱 전략에 공을 들였다. 불필요한 디자인 요소와 과도한 포장 비용을 줄이고 제품 본연의 기능과 완성도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유통 단계를 단순화하고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해 원가를 낮추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유지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다이소 상품군 확장 현황/그래픽=최헌정
다이소 상품군 확장 현황/그래픽=최헌정

최근에는 전자기기 분야에서 성과가 두드러진다. 다이소에 따르면 휴대용 진공청소기, 헤어드라이기, 고데기, 보풀제거기 등이 포함된 소형가전 카테고리 지난달 매출은 전년대비 약 70%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 판매한 휴대용 진공청소기가 입소문을 타며 전체 카테고리 성장을 이끌었다.

PC 주변기기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블루투스 키보드, 무소음 마우스, 버티컬 마우스 등이 포함된 마우스·키보드 카테고리 매출은 같은 기간 약 50% 증가했다. 이들 제품은 올해 2월 말 출시된 신상품으로 출시 직후부터 '가성비 아이템'으로 입소문을 타며 소비자 반응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다이소가 기존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전자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 관심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뷰티와 패션 제품이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소형가전과 PC 주변기기까지 균일가 전략이 통하면서 신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주목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다이소는 제조가 아닌 유통과 판매에 집중하는 구조인 만큼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전자제품도 균일가로 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신상품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 행태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특정 브랜드를 고집하기보다 필요에 따라 합리적인 제품을 선택하는 '실용 소비'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다이소 추천템', '득템 후기' 등이 공유되며 자발적인 입소문이 형성된다. '급할 때 잠깐 쓰는 제품'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실속형 소비재'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저성장 흐름이 이어지면서 가격이 중요한 구매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며 "균일가 모델에 대한 선호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이소는 생활용품 뿐 아니라 애견용품, 화장품 등 영역을 넓히고 있고 향후 식품까지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상품군 확대는 유통산업 전반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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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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