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정수기 렌탈 업체들이 제품 크기를 줄이는 '초소형'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가로 길이를 센티미터(㎝)에서 나아가 수 밀리미터(㎜)라도 더 줄이는 데 집중하며 각종 가전제품으로 포화된 주방 공간 속 '빈틈' 공략에 나선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코웨이(83,300원 0%)는 '코웨이 페스타' 프로모션을 진행한 지난달 정수기 신규 렌탈 판매량이 '아이콘 얼음정수기 시리즈' 판매 호조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약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웨이가 2020년부터 선보인 '아이콘 정수기 시리즈'는 초소형 정수기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라인업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7월에는 '아이콘 얼음정수기 미니'가 가로 길이를 20㎝까지 낮춘 것으로 주목받았다. 출시 직후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더니 올해도 이른 더위를 대비하려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초소형 얼음정수기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다른 업체들도 맞불을 놓고 있다. 청호나이스는 지난달 가로 19.5㎝ 'The M(더엠)' 얼음정수기를 출시했고 약 3주 만에 쿠쿠가 가로 19㎝ '제로100 미니'를 내놨다. 세로·깊이를 종합한 부피 기준으로는 청호나이스 'The M'이 더 작았다.
일반 정수기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초소형화 경쟁은 더 극단적이다. 직수형 냉온정수기는 가로 길이 16㎝대까지 줄었고 코웨이 '아이콘3'와 교원 웰스 '슬림원' 등이 대표적이다. 냉온 기능이 없는 정수 전용 제품은 한 자릿수까지 내려왔다. 교원 웰스 '미미 정수기'는 가로 길이가 약 9㎝에 불과하다.
이같은 소형화 흐름은 주방 환경 변화와 맞물려 있다. 전자레인지뿐 아니라 에어프라이어·커피머신 등 필수 가전이 늘어나면서 주방 여유 공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수기를 주방이나 거실의 빈 공간에 설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소형 정수기에 대한 인기는 판매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교원 웰스 '슬림원'은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주력 모델로 자리 잡으며 현재 교원 웰스의 전체 정수기 판매량의 약 25%를 차지한다. 청호나이스 역시 지난해 하반기 데스크톱형 얼음정수기 가운데 소형 제품 판매가 약 30% 더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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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탈 중심의 사업 구조도 소형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정수기는 한 번 설치하면 해당 브랜드를 장기간 이용하고, 해지보다는 교체를 택하다 보니 초기 설치 여부가 장기 매출로 이어진다. 크기를 줄여 정수기 설치 문턱을 낮추는 전략이 핵심으로 부상했다.
업계는 초소형화 경쟁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소 크기에 거의 근접하면서 경쟁은 미세한 ㎜ 단위로 이동할 전망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전체 부피가 아닌 가로·세로·깊이 등 특정 치수만을 강조하는 마케팅이 과열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렌탈업계 관계자는 "두 가구 중에 한 가구는 정수기를 갖고 있을 만큼 시장이 사실상 포화 단계에 접어든 상황이라 신규 수요인 1~2인 가구를 붙잡으려면 '어디든 들어가는 제품'이 필요하다"며 "기능도 비슷하다 보니 외관 위주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