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삼키려던 새우의 '꼼수'...SK스토아 매각 원점으로

고래 삼키려던 새우의 '꼼수'...SK스토아 매각 원점으로

유엄식 기자, 하수민 기자
2026.07.2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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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랩스, 방미통위 결정 앞두고 SK스토아 인수 신청 취하...불허 결정 예상한 의도적 행보 지적
심사위, 자금조달계획 부정적 평가...인수대금 대출 의존도 높고, 라포랩스는 적자 지속
라포랩스 "계약변경 후 재신청" 입장...SK스토아 노조 "인수계약 파기" 촉구

SK스토아 CI.
SK스토아 CI.

국내 T커머스(데이터홈쇼핑) 선두 업체인 SK스토아 인수를 추진한 패션 플랫폼 '퀸잇' 운영사 라포랩스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의 인허가 심사 결정을 앞두고 돌연 신청을 취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2월 라포랩스가 SK스토아 최다액출자자인 SK텔레콤과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하자 업계에선 '새우가 고래를 삼킨다'는 의견이 나왔다. 연매출 3000억원대 회사 인수자로 매출 700억원대 신생 업체가 나서면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라포랩스는 지난 16일 SK스토아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를 취하했다.

이와 관련 라포랩스 관계자는 "SK텔레콤과 주주 간 계약을 다시 맺어야 하는 이슈가 생겨 계약 구조를 손본 뒤 재신청할 계획"이라며 "계약 변경은 재무 이슈와 노조 반발 등을 반영해 이해 관계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라포랩스는 지난 1월 23일 방미통위에 SK스토아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은 방송 사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주체의 적격성을 방미통위가 사전에 심사하는 제도다.

방미통위는 라포랩스의 신청 서류를 검토한 뒤 세 차례 보완을 요구했다. 이어 방송·미디어, 법률, 경영·회계, 소비자 분야 외부 전문가 7인이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심사를 진행했다. 방미통위는 심사위의 의견을 검토한 뒤 22일 최종 의결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라포랩스가 이 결정을 6일 앞두고 인수 계약 9개월 만에 인수 승인 신청을 스스로 물린 셈이다.

업계에선 수 개월간 적극적으로 SK스토아 인수 의향을 밝혔던 라포랩스가 갑자기 인수 신청을 철회한 건 방미통위의 '불승인' 결정을 예측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미통위가 심사위 의견을 반영해 최종 불승인하면 인수 시도가 좌초될 수 있기 때문에 행정처분 전에 신청을 포기하고, 보완책을 마련한 뒤 재신청하는 전략을 세웠다는 것이다.

심사위는 라포랩스의 자금조달 계획에 문제를 제기했고, SK스토아 인수 이후 운영계획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라포랩스는 SK스토아 인수 대금 1100억원 중 약 500억원을 외부 차입할 예정이었다. 라포랩스는 재무제표를 공개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5년간 누적 적자 규모는 56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 규모가 479억원이나, 유동부채가 714억원으로 자체적으로 인수 대금을 조달하는 게 녹록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14일 SK스토아 노조원들이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라포랩스 매각 승인 불허를 촉구하기 위해 총파업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제공=
지난 14일 SK스토아 노조원들이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라포랩스 매각 승인 불허를 촉구하기 위해 총파업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제공=

방미통위 위원들은 라포랩스의 신청 취하에 유감을 나타냈다. 고민수 위원은 "시험을 여러 번 보고 정답을 안 뒤 다시 배점 받아 입학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고, 이상근 위원은 "심사가 끝난 상황에서 취하한 것은 '굉장히 고약하다'는 표현으로 대신하겠다"고 꼬집었다.

라포랩스 관계자는 "방미통위의 심사 결과를 예측하고 승인 신청을 철회한 게 아니다"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SK스토아 인수 의지는 그대로"라며 "재신청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자료와 자금계획 등을 다시 준비해야 해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라포랩스가 인수 계획을 보완해 재신청하더라도 방미통위의 심사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류신환 위원은 "회피성 신청 취하가 악용되지 않도록 (라포랩스의) 재신청이 있을 경우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M&A에 반대입장을 밝힌 SK스토아 노조도 라포랩스의 행보를 비판하며 계약 파기를 촉구했다. 노조는 지난 23일 공식 성명서를 내고 "SKT 경영진은 부적격 기업인 라포랩스와의 주식매매계약을 파기하고, 위약금 청구와 손해배상 소송에 착수해야 한다"며 "방미통위는 라포랩스의 방송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검토해 매각 원천 차단을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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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2부.

하수민 기자

안녕하세요 하수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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