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업계의 AI 활용이 단순한 이미지 생성을 넘어 브랜드를 대표하는 '디지털 페르소나(Digital Persona)' 구축으로 확대되고 있다. AI 모델에 국적과 나이, 취미, 라이프스타일 등을 부여하고 하나의 인물처럼 지속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일회성 콘텐츠 제작을 넘어 브랜드 정체성을 전달하는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7일 LF(22,650원 0%)에 따르면 헤지스는 2026년 가을·겨울(FW) 시즌부터 AI 모델 12명을 브랜드 고정 모델로 운영한다. 백인과 흑인, 동양인은 물론 시니어와 키즈까지 다양한 연령과 인종으로 구성했다. 각 모델에는 국적과 나이, 취미, 거주지, 라이프스타일을 세부적으로 설정했다. 호주에 거주하는 27세 로잉 애호가 '노아(Noah)'와 프랑스에 사는 54세 여성으로 미술관 관람을 즐기는 '헬렌(Helen)' 등이 대표적이다.
헤지스는 이들을 시즌별로 교체하는 모델이 아니라 브랜드를 대표하는 고정 AI 모델로 운영할 계획이다. 26FW 룩북을 시작으로 광고 캠페인과 디지털 콘텐츠, 글로벌 마케팅에도 동일한 인물을 지속적으로 활용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물의 설정과 이야기가 축적되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도 함께 전달하는 구조다.
AI를 활용한 모델 제작 자체는 이미 패션업계에서도 활용 사례가 적지 않다. 다만 대부분은 화보나 광고 제작 과정에서 필요한 이미지를 생성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특정 AI 모델을 장기간 운영하며 브랜드를 대표하는 인물로 육성하는 사례는 국내에서는 드문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에서 가상 모델을 마케팅에 활용한 사례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로지와 루시 등 3D 기반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2020년대 초반부터 SNS와 광고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다만 이들은 개별 인플루언서로 성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정 브랜드의 세계관을 함께 구축하거나 장기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달하는 역할과는 차이가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하나의 인격체처럼 받아들이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오픈서베이 조사에서는 무신사가 '꾸안꾸 니트가 어울리는 20대 중반 남성'으로 인식됐다. 에이블리는 '가성비로 꾸미는 갓 스무 살 여성'으로 평가됐다. 29CM는 '자기 세계가 확고한 큐레이터형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이는 형성 방식이다. 플랫폼의 이미지는 이용자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결과다. 반면 헤지스의 AI 모델은 브랜드가 처음부터 성격과 취향, 라이프스타일까지 설계했다. 소비자가 브랜드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단계를 넘어 브랜드가 원하는 인물을 직접 만들어 활용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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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생성형 AI의 활용 범위가 제작 효율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브랜드 자산 관리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동일한 AI 모델을 여러 시즌에 걸쳐 반복적으로 노출하면 브랜드를 상징하는 얼굴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국가별 콘텐츠 제작이나 소비자 소통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헤지스 관계자는 "AI를 단순한 제작 기술이 아니라 브랜드 가치와 정체성을 전달하는 새로운 자산으로 보고 있다"며 "모델별 스토리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글로벌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