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0원인데 연매출 70억"…'망한' 제주 목장의 대반전 [혁신기업 인사이드]

"입장료 0원인데 연매출 70억"…'망한' 제주 목장의 대반전 [혁신기업 인사이드]

제주(제주)=이병권 기자
2026.10.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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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아침미소목장…연간 방문객 35만명
유제품 직접 생산…다음 목표는 프랜차이즈화

[편집자주]  대한민국 경제의 근간은 중견·중소기업들이다. 우리나라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이들 기업은 수천번 실패하면서도 혁신으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저마다 영화나 드라마같은 사연을 품고 있는 배경이다. 그들의 혁신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본다.
지난 21일 제주 아침미소목장에서 만난 이성철 대표가 양을 가리키며 목장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병권 기자
지난 21일 제주 아침미소목장에서 만난 이성철 대표가 양을 가리키며 목장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병권 기자

#. 제주 한라산 중산간에 자리 잡은 8만평 규모의 아침미소목장은 입장료가 '0원'이다. 방문객들은 자유롭게 초지에서 풀을 뜯는 젖소들과 양을 구경하고 갓 만든 요구르트를 사 마시며 추억을 담아갔다. 한때 경영난에 매물로 나왔던 목장이 이제는 연간 35만명이 찾는 제주 대표 관광명소이자 11개국에 유제품을 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21일 제주 아침미소목장에서 만난 이성철 대표는 "외환위기 때 목장이 완전히 망해서 한 달에 700만원씩 적자가 났다"라며 "목장을 팔려고 내놨지만 덩어리가 크다 보니 팔리지가 않았다"고 회상했다. 아침미소목장은 1975년 이 대표의 아버지가 젖소 5마리로 시작한 가족기업이다. 3대째 가업을 이어가며 직원 약 28명에 연매출은 70억원 규모다.

지난 21일 제주 아침미소목장에서 만난 이성철 대표가 공장 내부에서 요거트 자동충진기를 작동하는 모습. /사진제공=아침미소목장
지난 21일 제주 아침미소목장에서 만난 이성철 대표가 공장 내부에서 요거트 자동충진기를 작동하는 모습. /사진제공=아침미소목장

당시 목장을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없었던 이 대표는 위기를 극복할 돌파구로 유제품 제조와 체험목장 운영을 결정했다. 원유 생산을 조금씩 재개하고 2007년부터 요구르트와 치즈 등 가공제품까지 직접 생산했다. 이듬해 체험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원유 생산(1차)·제조(2차)·관광과 판매(3차)를 결합한 이른바 '6차 산업'으로 전환이다.

가장 큰 변화는 목장을 무료개방하면서 나타났다. 원래 예약제로 운영했던 목장을 아들 이원재 실장의 제안으로 무료 개방하면서 연간 방문객이 1만5000명에서 35만명으로 늘어났다. 입장료 대신 유제품 판매로 운영비를 충당했고 하루 200개 한정 판매 아이스크림은 개장 20분 만에 동날 정도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방문객들을 어떻게 고객으로 만들지 고민했다"며 "무료 개방 이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인터넷 블로그에 맛있는 먹거리가 있는 곳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입장료를 받는 것 이상의 소비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에 아침미소목장을 검색하자 다양한 인플루언서들이 게시글과 릴스 등을 올린 모습.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인스타그램에 아침미소목장을 검색하자 다양한 인플루언서들이 게시글과 릴스 등을 올린 모습.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방문객이 증가하자 여러 유통망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물건을 팔기 위해 직접 찾아다녔지만 이제는 유통업체에서 먼저 계약하자고 연락한다"며 "광고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이미 제품을 알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고 말했다.

특히 파리바게뜨와의 협력이 결정적이었다. 아침미소목장은 2011년 파리바게뜨에 제주산 수제 요구르트를 공급하면서 대형 유통망에 진출했다. 납품 계약에 앞서 약 11개월간 진행된 파리바게뜨 측의 위생·품질관리 교육은 유제품 생산과 제조의 밑거름이 됐다.

당시 월 300만원 수준이었던 매출은 납품 이후 월 1억원 수준까지 늘었다. 그는 "농사만 짓다 보니 대기업이 요구하는 위생관리 수준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교육이 너무 길어 중간에 포기하려 했지만 끝까지 버틴 덕분에 지금의 생산체계를 갖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침미소목장이 직접 만드는 우유랑그드샤·우유샌드·요구르트·커피 등 유제품들. /사진=이병권 기자
아침미소목장이 직접 만드는 우유랑그드샤·우유샌드·요구르트·커피 등 유제품들. /사진=이병권 기자

이후 현대백화점과 이마트 등으로 판로를 넓히고 스마트공장도 구축했다. 제품군도 요구르트와 치즈에서 그릭요거트와 카이막·과자 등으로 확대했다. 아침미소목장 한라봉요구르트는 지난해 7월 세븐일레븐의 외국인 인기상품 10위에 들었다.

해외시장에도 진출했다. 2019년 첫 수출을 시작해 현재 홍콩·일본·미국 등 11개국에 제품을 공급한다. 첫해 5200달러였던 수출액은 연간 최대 21만5000달러까지 늘어났다. 자유방목과 동물복지 인증 등 친환경 생산방식도 차별화 요소다.

아침미소목장은 장기근속 직원들을 위해 프랜차이즈 사업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프랜차이즈 사업은 5년 전부터 고민해왔지만 인력이 부족해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며 "오랫동안 함께 일한 직원들이 퇴직한 뒤에도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제주 아침미소목장에서 한 꼬마아이가 목장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제공=아침미소목장
제주 아침미소목장에서 한 꼬마아이가 목장을 둘러보는 모습. /사진제공=아침미소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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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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