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행정부가 지난 3일 미 의회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을 제출함에 따라 오는 20일 끝나는 가을 회기 종료 전에 한미 FTA 비준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지난달 16일 한·미 FTA 비준안을 국회 외통위에 상정함에 따라 양국 의회의 한·미 FTA 비준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10월 중순 이전에 미 의회가 먼저 한·미 FTA를 비준할 것이라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2006년 6월 첫 협상을 시작한 한·미 FTA는 8차례의 공식협상을 거쳐 2007년 4월에 최종 타결됐다. 이후 양국 정부가 바뀌면서 작년 12월 추가협상까지 하는 등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여전히 의회의 비준이 이뤄지지 않았다. 약혼식을 올린 청춘남녀가 4년 넘게 결혼을 못하고 있는 이상한 상황인데 하루 빨리 비준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내 10개 국책연구기관이 공동 발표한 한·미 FTA 경제적 효과 분석 결과를 보면 한·미 FTA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5.66% 증가하고 고용은 35만 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對)미국 수출도 향후 15년 간 연평균 12억9000만 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이밖에 10년간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연평균 23억~32억 달러 증가하고 서비스시장 개방에 따른 협력과 경쟁을 통해 서비스산업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기관의 계량분석 결과를 제쳐두더라도 총성 없는 전쟁터인 비즈니스 현장에서 보면 한·미 FTA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최근 미국 경제는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0.8%에 그치고 국가신용등급도 사상 처음 강등되면서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까지 나올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일일 평균지출액도 70달러로 금융위기 이전의 104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이처럼 소비시장이 부진하자 현지 바이어들은 가격조건에 더욱 민감해지고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싼 제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가격에 품질까지 좋은 제품을 찾는 이른바 가치구매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 FTA로 우리 수출상품의 관세가 철폐되거나 낮아지면 국산제품을 찾는 바이어들이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우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0년 3.0% 밑으로 떨어진 이후 10년 넘게 2%대 중반에 머물러 있다. 시장 위축으로 경쟁국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한·미 FTA를 통해 강화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다면 점유율 3%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칠레 FTA 발효 후 7년 동안 우리의 칠레시장 점유율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을 보면 FTA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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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는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게도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 FTA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2010년 대미 수출액 중 중소기업 비중은 30%에 달한다. 수출 대기업에 납품하는 제품까지 포함하면 중소기업 비중은 50% 내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중소기업의 대미 수출이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대기업과의 협력기회도 더 늘어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우리는 경제가 어려울수록 수출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지난 2분기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2.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거 경제위기를 수출로 극복했듯이 지금의 어려움도 수출로 극복해야 한다. 통계상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지만 중국에서 가공되어 미국으로 다시 수출되는 물량까지 감안하면 미국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최대 시장이다. 이처럼 중요한 시장에 새로운 활로가 될 한·미 FTA 비준, 이제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