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기요금 인상, 고민할 때다

[기자수첩]전기요금 인상, 고민할 때다

유영호 기자
2011.11.22 18:06
↑유영호 정치경제부 기자
↑유영호 정치경제부 기자

한국전력(43,550원 ▼950 -2.13%)이 지난 17일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고 10%대 전기요금 인상안을 의결, 정부에 인가를 신청했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와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인상폭을 협의하고 한전 이사회가 이를 형식적으로 의결하는 형태를 취해 온 것을 고려하면 일종의 '쿠데타'인 셈이다.

현재로선 한전의 '쿠데타'가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정부도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인상폭과 시기를 놓고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상안을 의결한 한전 경영진과 사외이사들도 10%대의 요금 인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겨울철 전력 피크를 앞두고 위기 '신호'를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 겨울 최대 전력수요는 지난해보다 5%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공급은 약 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추위가 집중되는 1월 중순에는 예비전력이 적정기준인 400만㎾에 훨씬 못 미치는 50만㎾ 선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9·15 대정전과 같은 재앙이 재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당장 공급을 늘릴 수 없다면 해결책은 수요를 줄이는 것 말고는 없다. 수요 변동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요금이다. 생산원가의 90% 수준에 불과한 값싼 전기요금으로는 난방, 냉방 등 몸에 밴 전기 과소비를 고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일본의 39%, 영국의 50%, 미국의 77%에 불과한 지금의 기형적 전기요금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발전소를 지어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수요를 못 따라갈 것이다.

'고물가'로 서민 시름이 깊지만 이번에는 한전 이사회의 결정을 정부가 적정선에서 수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요금 인상을 통해 강력한 수요 억제에 나서지 못해 자칫 '대정전'이 재발할 경우 치러야할 비용은 상상 이상이다.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에너지절약형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도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요금인상은 필수적이다.

다만 한전의 자구노력도 계속돼야 한다. 경영혁신에 박차를 가해 군살을 빼고 '근육질'로 거듭나야 요금 인상 주장에 당위성이 생긴다. 또 가계부채가 900조원에 육박하고, 저소득층 엥겔계수가 33%에 달할 정도로 서민가계가 고통을 받고 있는 만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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