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1986 건설업과 2011 남유럽

[MT시평]1986 건설업과 2011 남유럽

신성호 기자
2011.12.01 06:00

1986년 초 당시 건설경기는 현재와 같이 몹시 어려웠다. 이 때문에 많은 건설업체가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다. 그중 연립주택을 주로 건설한 한 중견 건설업체가 있었다. 이 업체는 개인들로부터 고금리 사채를 많이 빌렸는데, 이 회사도 오랫동안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

때문에 채권자들은 돈을 갚으라고 연일 회사를 압박했다. 그러나 회사는 형편이 어려웠기에 채권자들에게 돈 대신 연립주택을 가져가라고 했다. 채권자들은 주택경기가 실종된지라 이 제안을 거절했는데, 이 와중에 이 회사의 작은 계열사에서 부도가 발생했다. 실은 고의 부도였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자 결국 채권자들은 회사의 제안을 수용했다. 주택 확보도 대안이라 생각한 것이다.

방법은 거칠었지만 여하튼 그 회사는 빚을 청산했다. 채권자는 다소 손실을 입었지만 담보를 확보했기에 안도했다. 그런데 그 직후 세계경기가 활황세를 보이자 1987년부터 부동산경기가 회복되었고, 이에 힘입어 그 회사는 재기했다. 채권자들도 1991년까지 이어진 부동산경기 활성화로 큰 이득을 얻었다. 빚잔치가 결과적으로 회사에는 도약의 단초를, 채권자에게는 부를 증식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미국발 금융사고가 세계경제를 마비시켰다. 근간에는 남유럽발 금융불안이 세계경제를 흔들고 있다. 두 건은 해당 국가 국민들이 수출을 많이 한 브릭스(BRICs)나 자원국가 등에서 돈을 빌려 과도하게 소비했기에 발생한 것이다. 즉 부채문제다. 한데 이 해결 과정은 앞 사례보다 과격하다. 서브프라임 해결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돈을 떼였고, 그리스는 부채의 상당액을 탕감해달라고 하기 때문이다. 앞 사례는 돈 대신 물건이라도 받았지만 이번 두 사례는 그냥 돈을 떼이는 것이다.

주요국 부채와 관련, 지난 것이나 현재 발생한 것은 그렇다 쳐도 앞으로가 문제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채무국가들의 채무상환능력이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란 채권국가는 계속 국제교역에서 흑자를 내고 적자국가는 계속 적자를 낸다는 가정이다. 이렇게 되면 채무국가의 고용은 늘지 않아 계속 고실업률, 높은 가계부채와 재정적자에 허덕이게 된다. 그 결과 세계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채권국가가 보유한 채무국가의 채권은 휴지가 될 것이다. 참고로 수출이란 재화와 용역을 외국에 판매하는 것이지만 그 이면은 실업을 상대방 국가에 이전하는 것이다. 때문에 서브프라임이나 남유럽문제도 국제교역 불균형에서 파생된 곁가지라 하겠다.

실로 채무국가도 노력해야 하지만 채권국가도 채무국가를 도와줘야 한다. 즉 채권국가가 수출을 늘려 빚을 갚도록 해주어야 한다. 달리 표현하면 채권국가가 돈을 받기 힘들면 앞 사례처럼 채무국가로부터 물건이라도 받아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이러한 채무국가의 노력과 관련, 최근 미국은 교역불균형 개선을 위해 법을 제정하고 돈을 찍어내고 있다. 특히 돈을 찍어 달러가치를 낮춰 수출을 촉진하고자 한다. 그러나 아직 중국 등 상대방 국가들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자국의 사정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보면 채무국가는 서브프라임이나 남유럽 사태를 통해 교역불균형에서 야기되는 과다한 부채위험을 경고(앞 사례에서는 건설사의 작은 계열사 부도)했다고 보인다. 즉 수출 촉진을 통해 고용과 부채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채무국가의 입장은 또 돈을 떼일래, 아니면 물건이라도 가져갈래 중 택하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적자국가가 수출을 늘리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브프라임이나 남유럽발 파문과 같은 사태가 재연될 것이다.

교역불균형 시정은 세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적자국가 문제가 해소되면 문제 국가들의 구매력이 높아져 세계경제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그 사례는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세계교역 불균형이 해소되자 세계경제가 활달해진 점에서도 볼 수 있다. 각국이 협력해서 세계경제를 살렸으면 한다. 실로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의 유럽 문제가 아니라 세계교역 문제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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