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책연구기관에서 우리나라 고등학생과 학부모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공무원과 교사가 되기를 희망한 부모가 34.7%에 달해 직업선택의 쏠림 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 이유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란다.
90년대 후반에 외환위기를 겪고, 2000년대 후반에 금융위기를 거치다 보니 직업수명이 그나마 긴 직업을 찾게 된 결과라 부모 입장에서 일면 공감이 간다. 그러나 1970년대는 조선공학자가, 1990년대는 전자공학자가 그리고 2010년의 교사나 공무원이 인기 있는 직업인 것처럼 직업선택의 쏠림 현상은 늘 있어왔던 사회적 현상이지만, 쏠림의 대상으로 선택된 직업이 시간이 지난 후 돌아보면 늘 안정적인 직업은 아니었다.
먼저 직업변화의 요인들에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같은 노동시장 인구구조 변화, IT 기술 진보와 같은 산업기술적 변화, 삶의 질 향상 등 문화가치관의 변화, 녹색성장 및 신성장 동력 육성 등 정책의 변화 및 FTA 등의 세계적인 기업환경변화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
또한 이러한 요인들이 서로 개별적?복합적 상호 작용을 통해 사회적?문화적?경제적?기술적 변화를 초래하고 직업의 흥망성쇠가 반복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미 FTA에 의한 직업변화만을 따로 생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 FTA가 우리 경제?문화?기술에 어떤 영향을 미쳐 기업환경이 변할 것인가에 대한 학자나 전문가의 주장도 상이하다.
이중 일자리 창출이 유발될 것으로 견해가 합치된 몇 개의 지식기반서비스업이나 제조업 분야 직업 변화를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법률서비스의 주요 직업인 변호사 즉, 미국 변호사 자격소지자 및 국내 변호사는 단계적으로 국제법 등의 공법분야와 기업간 인수합병 등의 통상분야에서 기업과 개인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확대될 것이다. 이는 점차 취업이 어려워지고 있는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직무영역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때 혹은 그 반대의 경우에 애로를 호소하고 있는 FTA 체결국 간의 세무?회계 분야, 특허?저작권 분야에서는 기업의 해외진출, 합병인수가 늘어날수록 세무사, 회계사 및 M&A 컨설턴트와 같은 직업이 필요하고, 지적재산권의 강화로 인한 변리사, 특허 및 저작권사무원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제통상 무역량 자체의 증가는 관세사 및 관세사무원의 수요 증가요인이 된다.
영화, 게임 및 방송 등 문화서비스에서는 영화, 애니메이션의 국내 편성쿼터가 줄어 해외의 영화?방송콘텐츠를 안방에서 즐길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또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PP)에 대한 외국인의 지분확대가 허용됨으로써 다양한 상업성 프로그램의 기획 및 제작이 시도될 것이고, 다양한 매체를 통한 광고시장 활성화는 다양한 시각과 평가에 의한 시청자 요구 증가를 유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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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장기적으로 문화콘텐츠를 창조하는 직업 즉, 시나리오 작가, 영화 PD나 번역가, 방송 및 광고관련직 등과 같은 직업 수요를 증가시킬 것으로 본다. 또한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게임 산업의 직업은 비관세 효과에 따른 제품 판로 확대로 더욱 활성화될 직종군에 속할 것이다.
반면에 금융 및 보험서비스업의 경우 손해사정인, 기업의 위험평가사나 신용분석가 등의 직업은 현재도 외국인에 의한 국내 간접투자가 일정 수준 허용되고 있는 직종으로 고용창출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외선전공 및 통신송출 장비설치원 등이 종사하는 통신서비스 시장은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간접투자가 확대되어 점유율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통신선로의 포화상태임을 감안한다면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신규망 설치로 약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에 의해 수혜를 입을 제조업은 자동차와 섬유 및 전기?전자로 예측된 바 있다. 자동차과 전자?전기 산업의 경우, 미국 수입관세의 즉시 및 단계적 철폐로 일본 및 유럽산 자동차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면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조립 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고, 냉장고, 에어컨, TV 등과 같은 백색가전도 대미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자동차 부품 조립 및 검사원, 자동차 정비원 등이 증가할 것이고, 마케팅 분야가 활성화되어 해외 영업원 등이 증가할 것이다.
완성차 부문에서는 생산공정의 일자리보다는 차량 및 부품의 설계, 신기술을 위한 연구개발 등 고기술의 전문직종이 늘어나는 반면, 전기?전자 산업의 경우 부품 조립과 같은 중소기업이 많은 특성상 고기술 전문직종 증가와 함께 생산공정의 일자리가 같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철강 산업의 경우 2004년에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철폐 협약이 체결되어 있어 FTA에 의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측되나, 동, 알루미늄과 같은 비철금속소재 제품은 새로이 한?미 FTA 관세 철폐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주력 제품인 봉, 관을 만드는 금속인발압출기조작 및 검사원과 같은 관련 직종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현재 고관세인 섬유산업의 경우 관세철폐 시 중국, 베트남 등 기존 미국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나라들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나, 섬유제품의 주요 생산방식이 OEM 방식인 이유로 국내 생산 공정의 일자리 창출효과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국내?외의 패션 산업의 다양화와 특수원단 소재개발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보여 패션디자이너 및 섬유소재개발자 등 전문직종은 증가할 것이다.
한?미 FTA에 대한 논쟁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이유는 FTA로 유발될 경제적?사회적?문화적?기술적 변화가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미래 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재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권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학생을 포함한 구직자가 자신의 미래 직업을 탐색함에 있어서, 또 부모를 포함한 조력자가 그들의 직업선택을 도와줌에 있어서 유념해야 할 것은 미래의 변화는 회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미래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기술적 변화에 따른 직업세계 변화에 대응하고 변화의 결과에 최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울 일만 남은 것이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항상 유망한 직업은 없었다. 그러나 항상 유망한 직업인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