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끊임없고 채워지지 않는 배고픔의 벌을 받게 되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먹어 치우고 결국에는 자신까지 먹어치우는 탐욕에 휩싸인 그리고 비극적 인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에리시흐톤(Erisychthon)왕의 이야기인데 지난 몇 년간의 경제위기 그리고 2012년 벽두 총선과 대선을 앞둔 한국 사회를 지켜보면서 문득 떠올랐다.
무엇인가를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심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어 왔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만을 위하여 과도하게 원하는 것은 탐욕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방해가 되는 요소다. 탐욕에 관한 부정적 인식은 주로 기업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 특히 대기업이 탐욕적이라는 비난은 여러 측면에서 지적되고 있지만 쉽게 머리에 떠오른 것을 살펴보자. 첫째 대기업은 돈만 된다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어떤 곳에든 진출한다는 것이다. 이윤은 공유된 가치 창출을 위한 수단이어야 하는데 기업인의 탐욕은 이윤자체가 바로 목표라는 것이다. 둘째, 재벌 총수는 책임은 지지 않고 적은 지분으로 권력만 휘두른다는 것이다. 셋째, 대기업에 대한 비난이 커질 때마다 사회공헌의 이름으로 무언가 사회를 위한 활동을 하는 것처럼 부산을 떨지만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은 같은 행태를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인)는 어떨까. 첫째, '돈만 된다면'을 '표만 된다면'으로 바꾸면 된다. 권력을 얻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한다. 권력은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하여 사회의 구성원들을 위한 수단이어야 하는데 권력쟁취가 바로 중요한 목표가 된다. 원칙도 철학도 없다. 부산저축은행 피해자에 대한 5000만원 이상 예금에 대해 그리고 후순위채권에 대해 전례없는 혜택을 주는데는 여야의 구별이 없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정당이 하루가 무섭게 마구 쏟아 내고 있는 복지 관련 공약을 보면 놀랄 지경이다. 오죽했으면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요즘 새누리당 민주당도 전부 좌클릭을 너무 많이 해서"라고 꼬집었을까.
둘째, 대기업의 총수만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명색이 집권 4년차의 정당이다. 자기 쇄신을 위하여 부정부패와 관련된 잘못은 다 끊고 가야겠지만, 지난 4년간의 정책에 대해 함께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를 보이기보다는 현 정부의 정책과의 차별화에만 온 힘을 다 쏟고 있다. 지난 4년간 어떤 정책을 어떤 철학을 가지고 해 왔으며 무엇을 잘못하였는지 책임을 지기 보다는 꼬리 끊기에 급급하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통합민주당도 노무현 전대통형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하면서 노 전대통령 시절에 거의 완결한 한미FTA를 반대하는 것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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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진정성은 어떨까? 정치를 국민들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정당의 존재이유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방법이 다르다는데 있다. 정치인이 정치적 활동을 통하여 국민으로부터 자신의 방법을 찬성해 달라고 경쟁하는 것일진데 지금의 상황은 각 정당들의 거의 모든 공약들이 수렴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쩜 유일한 차이는 비판을 하는 사람(집단)과 비판을 받는 사람(집단)이 바뀌었다는 것 뿐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SNS를 통한 직접 정치의 움직임이 태동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낮은 직접민주주의가 지지를 받는 이유를 정치인들은 잘 새겨야 할 것이다.
기업 특히 대기업이나 정치(인)들에게 오바마대통령이 2008년 재무적 위기시에 한 말을 전해 주고 싶다. "일보다는 물질적 부, 희생보다는 이기심, 책임보다는 탐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워싱톤(정치) 월스트(금융) 디트로이트(제조업)에 이르기까지 전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물질적 부나 정치적 권력을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쟁취해야 할 목표로 여기지 않고 사회를 위한 진정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수단으로 여기는 기업가와 정치인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