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박재완, 레오니다스 될 수 있나

[기자수첩]박재완, 레오니다스 될 수 있나

김진형 기자
2012.02.20 06:08

"유학이나 가고 국제기구 파견 갈려고 공무원 됐나. 정말 큰일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 관료는 최근 마무리된 사무관 인사를 놓고 혀를 찼다. 젊은 사무관들이 경력 관리에 도움이 되는 업무만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야근이 많고 업무가 별로 폼도 나지 않는 실(室)·국(局)은 사무관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 오죽하면 예산실장이 사무관들을 대상으로 IR을 하고 '나부터 일찍 퇴근 하겠다'는 공약까지 내걸었을까.

재정부 내 특정 실·국 기피 현상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인기 국에 근무한 직원은 다음 인사에서 다른 인기 국으로 옮길 수 없도록 하는 내부 인사 규칙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그럼에도 어느 국은 전체 사무관의 4분의 1이 수습 사무관일 정도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 실무를 담당해야 할 사무관이 부족하니 다른 사람들의 업무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악순환이다.

물론 어느 직장에나 가고 싶은 부서가 있고 하기 싫은 업무가 있다. 또 '칼퇴근'의 대명사인 일반 공무원과 달리 재정부는 '정시 퇴근 운동'을 할 만큼 일이 많다. 사무관들은 대부분 결혼할 나이지만 연애할 시간이 부족하고, 국비 유학 대상이지만 영어 공부할 시간 내기도 어렵다고 호소한다. 영어 성적으로 유학생을 선발하니 일 많이 한 사무관보다 영어 공부 많이 한 사무관이 유학 갈 가능성이 높은 불합리한 규정도 문제다.

하지만 아무리 현실을 이해한다더라도 대한민국의 경제 정책을 책임지겠다는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특정 업무로만 몰린다는건 우울한 이야기다. 재정부 공무원은 우리 경제의 방향을 이끄는 역할을 맡은 만큼 소수에게만 허락된 자리다.

"재정부에는 미관말직도 현관요직도 따로 없다. 한명 한명이 대한민국이 부여한 신성한 업무를 맡고 있다." 박재완 장관이 지난해 6월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지만 오합지졸을 거느린 상승(常勝) 장군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 '포퓰리즘에 맞서는 스파르타 전사가 되겠다'는 박 장관이 300 전사를 이끌었던 '레오니다스'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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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금융부장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금융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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