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저런 일로 지난주 싱가폴과 일본을 다녀왔다. 두 나라 모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을 넘는 나라지만, 주택시장은 정반대 상황에 놓여 있는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싱가폴 도시재생공사(URA)에서 공표하고 있는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싱가폴 주택가격은 몇 차례의 부침이 있었기는 하지만, 1975년 이래 지속적으로 상승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1986년부터 1996년 사이에는 주택가격이 5배 이상 상승하였다. 이후 큰 폭의 가격하락을 보이다가 2005년부터 다시 주택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주택가격이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하였지만, 2009년 이후 회복세를 보여 지금은 2008년 이전 수준을 회복한 상태이다.
반면 일본은 다들 알고 있고 있다시피 거품경제의 붕괴로 1990년 초부터 지속적인 주택가격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도 한때 주택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던 때가 있었다. 동경증권거래소에서 공표하고 있는 동경지역 주택가격지수에 따르면, 일본의 동경지역 아파트 가격은 2004년에 바닥을 찍은 후 회복세를 보이다가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부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러다가 2009년 들어 주택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다가 2011년부터 다시 주저앉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두 나라의 차이는 어디에 기인한 것일까? 우선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두 나라의 경제적 활력 차이다. 싱가폴은 지난 20년간 다소의 기복은 있었지만 그래도 매년 7∼8%대의 고도성장을 지속해 왔었다. 반면 일본은 지난 20년간 1% 내외의 성장을 보여 왔었다. 1990년대에는 마이너스 성장이나 0%의 성장률을 기록한 때도 몇 년 있었다. 이런 경제 활력의 차이가 두 나라의 주택시장 상황을 갈라놓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인구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싱가폴은 1990년에 300만명이던 인구가 2010년에는 500만명으로 늘었다. 인구가 20년 사이에 무려 66%나 늘어난 것이다. 반면 일본은 1990년대나 지금이나 인구에 차이가 없다. 1990년 인구가 1억2200만명이었는데, 2010년에는 1억2600만명으로 20년간 겨우 3.4% 늘어난 것이다. 더군다나 인구의 노령화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요인은 아무래도 경제적 활력의 차이에 있는 것 같다. 일본이 2005년에 주택가격이 일시적으로 회복세를 보였던 것도, 이때 경제가 살아나는 기미를 보였기 때문이다. 1%대를 헤매던 경제성장률이 2004년부터 2007년 동안 2%대로 높아지면서 경제 활력이 살아나는 듯했고, 이에 영향을 받아 주택가격도 회복세를 보였던 것이다. 두 나라 모두 2008년 금융위기 때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였고, 이때 주택가격 역시 큰 폭의 하락을 경험했던 것을 보더라도, 경제적 활력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주택시장 상황은 싱가폴과 일본의 딱 중간 지점에 놓여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과거 모습은 싱가폴과 닮아 있다. 장기적인 경제성장과 인구 증가 아래에서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던 것이 유사하다. 그러나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미지수이다. 확실한 것은 인구증가 속도가 떨어지고 있고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일본을 닮아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인 경제 활력이 유지될 것이냐 여부가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가 활력을 계속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우울증에 걸린 환자처럼 활력을 잃어버릴 것이냐는 기로에 서 있듯이 주택시장 또한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