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안철수, 검증안된 천사

[MT시평]안철수, 검증안된 천사

문형구 기자
2012.07.26 05:24

기업의 생존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대단히 많지만 최고경영자의 승계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최고경영자 승계와 관련된 학계의 논의는 주로 내부인사의 승진과 외부에서 영입 중 어느 방법이 더 효과적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내부인사를 새로운 최고경영자로 발탁할 경우, 후계자를 미리 선정하여 경영자 수업을 시킨 후 자연스럽게 승계하게 하는 경우와 경마와 같이 승진 대상자를 복수로 선정하여 누가 얼마나 잘 하는지 경쟁을 시켜서 그 중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 인물을 후계자로 선정하는 경우가 있다.

즉 잠재적 경영자 후보들은 철저하게 검증되고, 따라서 강점과 약점이 잘 드러나기 때문에 기업에서 꼭 필요로 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그리고 약점이 있다면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 비교적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성과가 나쁘거나 새로운 도약을 필요로 할 경우, 혹은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을 경우, 외부 인사를 최고경영자로 영입하려는 필요성이 높아지게 된다. 외부인사는 참신한 생각과 전략적 변화를 이끌어낼 능력이라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부인사가 전략적 변화를 추구하기는 하지만 항상 구체적 성과를 이끌어내는지에 관해서는 논란이 있다.

왜냐하면 첫째, 외부 승계자는 기존 경영층에 대한 실망 때문에 대체로 즉각적인 행동을 하라는 압력을 받곤 한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의 내부 상황과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으면 적절한 전략적 변화를 입안하고 시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전임자에 의해 임명된 경영자팀과의 불화 혹은 반목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새로운 최고경영자를 선정할 이사회가 외부 후계자에 관해 내부자에 비해 정확한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 드러난 스펙에만 의지하다보면 검증되지 않은 천사처럼 회사가 진정으로 필요한 전략적 변화와 맞지 않는 사람을 뽑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분야의 좁은 경험을 가진 혹은 검증되지 않은 최고경영자보다는 조직을 이끌어 본 다양한 경험을 한 경영자가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을 7년 연속 세계최고공항으로 선정되는 등 성공적으로 이끌어 오고 있는 이채욱 사장은 외부영입의 성공사례라 할 만하다.

그는 취임할 때 비록 항공업계에 대해 문외한이었으나 삼성과 GE에서 다양한 경영자의 성공적인 경험을 소유한 사람이었다. 1967년부터 1983년까지 펩시콜라에서 일해 온 존 스컬리는 IT업계는 전혀 모르는 식음료계의 마케팅 전문가였다. 그가 비록 애플을 10여년간 이끌었으나 스티브 잡스가 아닌 자신을 애플의 최고경영자로 선택한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고 고백한 바처럼 마케팅이라는 좁은 경험에 기반을 둔 실패사례라 할만하다.

안철수 원장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책의 출간과 예능프로 출연을 통하여 ‘안철수현상‘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 정치 그리고 정치인에 대한 불신 그리고 참신한 변화에 대한 갈망에 기반을 둔 ’안철수 현상‘의 핵심은 한국의 최고경영자를 정치권에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보고 검증받아 온 정치권 내부인물에서 뽑을 것인지, 아니면 정치라는 현상에 발을 담그지 않은 정치외부인에서 뽑을 것인가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민주화 이후 우리가 선택한 대통령은 모두 정치내부인물이었다 볼 수 있다. 5년전 우리는 기업경영에 있어서는 성공했으나 정치에 있어서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던 (서울시장과 국회의원의 경험을 쌓았기는 하였지만) 이명박 대통령을 뽑았지만 그 선택이 만족스럽다고 하기는 어렵다.

안철수 원장이 강조하고 있는 출발에서의 공정한 경쟁 그리고 패자부활이 가능한 사회는 바람직하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생각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는 우리 사회가 나가야 할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 생각이 언제나 좋은 행동으로, 그리고 구체적 결과로 옮겨지지 않는다는데 고민이 있다. 그는 변화를 시도하겠지만 구체적 성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검증이 아직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어쩌면 검증되지 않은 천사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한국은 사회를 위한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한 국가를 책임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하고 구체적 결과를 만들어 내는 정치력이 검증되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검증된 악마가 검증되지 않은 천사보다 훨씬 더 나을 수 있다. 한 국가의 운명을 그저 말만 듣고 맡길 수는 없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는 인기인을 뽑는 페스티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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