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시작된 주택시장의 부진과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과장된 표현이다. 국민은행에서 집계하는 주택매매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정확히는 서울, 수도권 그리고 경기 지역의 주택시장이 부진하다.
여타 지역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와중에도 거친 상승세를 지속해왔다. 최근 2~3개월간 여타 지역에서도 횡보의 모습이 보이는 지역이 있기는 하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부동산 시장이 더 나아가서는 우리의 국민경제가 일본의 장기침체를 닮아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한다. 장기침체기의 일본 부동산 가격의 전국적 양상을 살펴본 사람이라면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장기적인 부동산 가격의 추이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멋진(?) 종들이 겹겹으로 싸여있는 모습을 갖고 있다. 증감률의 차이는 있었지만 전국적으로 같이 올랐다 같이 내려가는 그런 모습이기 때문이다. 1998년 활황기에 접어들었다 2005년 말에 고점을 기록했던 미국의 부동산 시장도 지역별 양상을 보면 유사하다. 대도시 지역과 지방이 같이 올랐다 같이 내려갔다. 상승률은 대도시 지역이 높았고, 높았던 만큼 빠진 폭도 컸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교해 볼 때 한국의 주택가격의 추이는 그동안 반복적으로 기이한 모습을 보여 왔다. 우리 주택시장의 활황기가 시작되었던 2001년부터 지방의 주택시장은 오랜 기간 동안 소외되어왔고, 마침내 기지개를 피게 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였다! 서울의 주택가격이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 국지적 현상이지 버블은 아니라는 주장이 그래서 생겨났다.
결과적으로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은 미루어졌고, 강도 높았지만 때 늦은 정책이 오히려 주택시장을 자극하는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그 사이 가격상승에서 소외된 지방을 대상으로 많은 개발정책이 누적되었고 결국에는 상승세를 이끌어 냈다. 그것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인 중에! 증시에서나 볼 법한 순환매가 지방에 몰리면서 가격상승에 한몫을 하였다는 씁쓸한 설명도 그럴 듯해 보인다.
지역별 가격 추이로 보건데 2008년 이래의 주택가격 하락세는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국지적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과거에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이들이라면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주장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가계대출의 위험성을 인정한다면 DTI(총부채상환비율)이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완화는 더더욱 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 버블이 파열될 때 전개되는 양상에는 글로벌 스탠다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산가격 하락, 담보가치 하락, 원리금 상환 불이행, 금융기관간 대출 회수 경쟁의 고리가 맞물리는 것이 그것이다. 이 고리를 약화시켜주는 방안이 버블 파열의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소심하다 할 것이다. 시장 침체를 되돌려 아예 활황으로 되돌리길 희망할 것이다. 전가의 보도인 거래활성화 정책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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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요 확충과 거래 활성화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수요 확충은 시장침체를 되돌리지만 거래활성화는 그렇지 못하다. 중개업소 형편이나 지자체 세수 확보 문제를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그건 또 다른 이야기이다. 부동산 중개업의 발전과 지자체의 세수는 애당초 부동산 거래에 의존할 일이 아니다.
날로 거칠어지는 주택시장을 앞에 두고 이제 속빈 강정인 ‘거래 활성화’라는 전가의 보도를 접기를 희망한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버블 파열의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정책을 준비할 때이다. 금리인하, 가계채무 조정 등 원리금 상환부담 완화책이 그 중의 하나이고, 금융기관 간의 고통분담을 약속하는 신사협정을 조속히 마련해 대출 회수의 자기파괴적 경쟁을 최소화하는 것이 또 다른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