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최근 CD 금리 등 단기지표금리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여, 은행의 자금조달 가중평균비용을 지수화한 단기 코픽스 도입 방안을 제시하였다.
금융당국의 현실적 대안 제시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 방안은 현재 발생한 CD 금리 논란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제기로 촉발된 CD 금리 논란은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의 고해로 촉발된 라이보(LIBOR) 금리 조작과 비견되어 많은 반향을 일으켰다. 양자는 두 가지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 두 금리 모두 실거래 부족으로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지표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라이보 금리는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상황에서 은행간 단기 거래가 급속히 위축되어 실효성이 떨어졌으며, CD는 예대율 규제 등으로 인하여 2010년부터 발행량이 급속히 축소되었다. 둘째, 은행이 금리를 조절하고자 하는 유인이 존재하며, 실거래 부족은 실제 은행이 금리를 조절할 여지를 제공하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보면, 두 금리의 문제는 전혀 다른 경제적인 맥락에서 발생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라이보 금리의 문제는 조작에 가담한 은행이 신용도 하락을 막기 위해 실제 차입금리보다 자신의 차입금리를 낮게 보고했다는데 있었다. 이러한 금리 왜곡 문제는 제로섬 게임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왜냐하면 라이보 금리를 이용한 금융거래 대부분이 금융기관간 도매 거래로서, 낮게 형성된 라이보 금리로 인해 대여자가 손해를 본 반면 차입자는 이득을 본 형국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CD 금리 논란은 은행이 CD 금리를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했다는 의심에서 비롯되었다. 은행이 가계대출 상당수를 CD 변동금리로 운용했으나 CD발행을 통한 조달 비중은 매우 낮았기 때문에, 은행이 CD 금리를 높게 유지하려는 유인은 충분히 존재하였다. 이 때 높은 CD 금리로 인한 피해는 변동금리로 차입한 가계가 부담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CD 금리 문제는 제로섬 게임이 아닌 금융소비자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금융소비자 보호가 본질적인 사안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금융당국의 주장, 단기 코픽스가 은행의 단기자금조달비용을 반영하는 장점이 있고 변동성을 줄여 금융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우선 은행이 단기 코픽스를 낮추기 위해 노력할 유인은 커 보이지 않는다. 일정한 스프레드가 유지된다면, 은행은 언제나 예금금리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대출금리 인상을 통해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현재의 은행시스템을 고려할 때 능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결국 금융당국이 말하는 단기 코픽스의 장점은 은행의 안정적인 예대마진 확보를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단지 은행에게만 적용되는 장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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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은행의 단기코픽스 지수 조절이 가능하다. 라이보 금리는 금융기관간 차입금리인 반면, 단기코픽스 금리는 대부분 예금금리로 구성되어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은행은 예금구성의 변경 등을 이용하여 단기 코픽스 금리를 하락시키지 않고 전체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다. 금융소비자인 가계와 은행 간 관계의 비대칭성을 감안할 때, 금융소비자가 은행의 이러한 행동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 더구나 정보의 비대칭성을 감안할 때, 금융소비자가 단기코픽스의 적정성을 지적하는 것은 단순한 CD 금리의 경우보다 더욱 어려워진다고 하겠다.
요컨대 금융당국의 금번 단기 코픽스 도입은 영국과 달리 한국의 경우 금융소비자 보호 문제라는 측면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된다. 예의 그러하듯이 이번 도입 방안도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기존의 정책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의도와 상관없이 단기 코픽스는 은행이 안정적인 마진을 얻는데 기여할 것이며, 금융소비자에 의한 은행 행태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전향적인 자세를 갖지 않는다면,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의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는 일반의 비판에서 자유롭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