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평평한(Flat) 세계 속의 기업 사회공헌활동

[MT시평]평평한(Flat) 세계 속의 기업 사회공헌활동

문형구 기자
2012.09.06 05:40

한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유명 외국계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대단히 미미하다는 지적이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연이어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비판의 대상은 구두 가방 등 이른바 명품을 판매하는 기업, 자동차 업체, 은행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에서 많은 매출과 이익을 올리는 외국계 기업을 거의 다 망라한다.

비난을 받고 있는 외국계 기업들이 자신의 본국에서 혹은 전 세계적으로 행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비판이 단순히 국수주의적 반외국계 정서가 아닌 사실에 기반을 둔 것임을 알 수 있다.

비판대상 기업 중 그래도 전 세계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잘 한다고 하는 몇 개 기업의 예를 들어 보자. 우리나라 명품 매출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루이비통의 경우 루이비통의 모회사인 LVHM의 최고경영자인 베르나르 아노는 작년 우드로윌슨 국제학술센터가 수여하는 기업시민상을 수상할 정도로 기업 사회적 책임의 업적을 인정받을 정도이다. 구찌의 모회사인 PPR은 그린피스나 뉴스위크지 등으로부터 환경관련 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작년 `PPR Home`이라는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을 야심차게 시작한 기업이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이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과 관련해서는 존재감이 없을까. 우선,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자국에만 국한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의심할 수 있다. 세계는 평평하기에 경계가 없다는 주장은 이제 거의 상식으로 여겨진다. 세계가 평평하다는 것은 인간의 사고방식이나 생활양식이 비슷해지며, 경쟁이나 기회, 규제 등이 모든 행위자에게 동일하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각국의 법적 규제가 본국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반부패와 관련된 최근의 추세가 잘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금지하는 미국의 FCPA(Foreign Corrupt Practices Act)법은 외국계 회사라 하더라도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거나, 미국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거나, 심지어 미국의 은행을 통하여 뇌물자금이 흘러간 경우 모두 적용대상이 된다. 작년에 발효되어 가장 강력한 반부패법이라고 인정을 받고 있는 영국의 뇌물방지법도 뇌물방지와 관련하여서는 국적이 사실상 의미가 없음을 보여준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사회공헌활동도 이제는 전 세계 협력회사의 인권, 지구의 환경 등 글로벌한 과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생각이 모든 착한 글로벌 기업의 활동 속에 녹아 들어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유독 한국에서만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평평한 세계 속의 글로벌 기업이 할 행위가 아니다.

또, 한국 사회에 기여하지 않아도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물건을 구매한다는 오만에 가까운 자신감이 외국기업들에게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고객의 거의 맹목적인 브랜드 충성심이 해당 기업을 더 나쁘게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 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정신 차린 소비자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해당 기업들이 사회공헌에 인색하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불평할 자격이 없다는 뜻도 되겠다.

외국계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미비하다는 비판에 대해 여러 외국계 기업들이 뒤늦게나마 기부활동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기업의 자선활동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한국인들이 머릿속에 들어 있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단순히 자선을 베푸는 것을 넘어 사회 문제의 해결에 진정성을 가지고 동참하는 사회적 책임임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것이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서 사랑받는 기업으로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힘이다. 한국 소비자들의 깨어있는 의식이 훨씬 더 중요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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