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곧 바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적으로 부실화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소구(차주의 다른 자산이나 소득 등을 압류하여 강제로 변제시키는 것)가 가능하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대출액 이하로 내려간다고 하여 다수의 차주가 채무를 불이행하는 그런 일은 잘 생기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되느냐 마느냐의 일차적인 관건은 차주가 채무상환능력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지, 주택가격이 하락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이 주택가격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자만 지급하는 단기대출이나 거치기간이 긴 중장기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 이야기이다. 이들은 주택가격이 올라가면 주택을 팔아서 원금을 갚을 생각으로 이런 유형의 대출을 받았는데,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거래가 실종되면서 원금 상환에 난관이 닥친 것이다. 일부는 미래의 소득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이런 대출을 받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소득이 올라가지 않으면서 원금상환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단기대출의 경우, 차주가 이자지급 능력만 있다면 사실 채무불이행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문제는,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LTV가 올라가면서 만기연장 때 대출금의 일부를 상환해야 한다는데 있다. 주택은 팔리지 않고, 원금의 일부를 상환할 여력은 없다보니 채무를 불이행하게 되는 것이다.
거치기간이 있는 중장기대출의 경우, 주택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원금의 부분상환을 요구받지는 않는다. 문제는 거치기간이 끝나고 원금을 분할 상환하기 시작할 때 발생한다. 갑자기 원리금 지급액이 늘어나면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하우스 푸어 문제는 대개 이 두 가지 유형 중 하나에 해당되는데, 이는 주택가격과 주택담보대출의 원금상환이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이다. 따라서 이 연결 구조를 끊어 준다면 문제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단기대출의 경우, 차주가 이자를 지급할 능력이 있다면 LTV가 부분적으로 초과되더라도 만기를 연장해 주는 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LTV 초과분에 대해 정부가 보증을 제공해 준다면, 만기 연장이 보다 수월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거치기간이 긴 중장기대출의 경우, 거치기간이 끝났을 때 원금을 균등하게 분할 상환하는 경우가 많아 원리금 부담이 일시에 커지는 것이 문제이다. 이 경우 보다 장기의 원리금 균등분할 방식으로 대출을 전환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금융시장 환경이 원리금 균등분할 방식의 장기대출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DTI 규제가 2006년부터 시작되면서 차주들은 최소한 이자지급 능력을 갖춘 것으로 검증 받은 상태인데다가, 최근에는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되면서 장기대출로 갈아타는 것이 더 유리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시중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유리한 금융환경이 사라지기 전에 이 두 가지 유형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의 원리금 균등분할 상품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주택가격이 하락되고 거래가 침체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일부가 부실화될 개연성은 분명히 존재하고, 또 실제로 이로 인해 하우스 푸어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우려에 대한 경고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개인에게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유익하고 바람직하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마치 미국처럼 주택담보대출이 전면적으로 부실화될 것처럼 과장하는 것은 시장을 더욱 위축시켜 결국 예상이 현실화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부실이 우려되는 부분이 어디이고,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냉정하게 분석하여 여기에 맞는 대응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