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은 언제 경기가 회복될 것인가 아니면 다시 경기가 위축될 것인가에 대한 지루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왜냐하면 주식시장의 장기적인 상승과 하락을 전망하는데 가장 중요한 지표는 결국 경제활동 수준, 곧 경기 상황으로 표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낙관론자의 승리'를 저술한 저자들은 100년 동안의 수익률 분석을 이용하여 경제성장률과 주가 상승률 간에 장기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이러한 분석 결과가 실제 투자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음도 보여주었다. 왜냐하면 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에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미 주식투자의 수익이 판가름 난 뒤 알게 되는 경제성장률은 주식 투자자에게는 무용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그들은 과거의 경제성장률이 미래의 경제성장률을 예측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까지도 쿨하게 지적한다. 과거 20-30년간 경제성장률이 높았던 국가의 주식을 투자했을 경우에도 그 미래의 수익률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미래의 경제성장을 그리고 기업의 미래가치를 어떻게 하든 예측하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했듯이 이것은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군중효과에 휩쓸리거나 관성의 법칙에 의하여 잘못된 예측에 눈물을 머금은 경우가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가치투자는 바로 이러한 투자 실패의 소산이다. 원래의 가치투자 기법에서 말하는 저평가 주식에 투자하라는 격언은 미래의 기업이익을 잘 평가하여 PER가 낮은 기업에 투자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냥 현재 공표된 실적치에 대비하여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기업에 투자하라는 것이 본래적인 의미에서의 가치투자이다. 미래를 섣불리 예측하거나 시장에 흔들리지 말고 현재까지의 기업성과를 냉정히 평가하라는 것이다.
가치투자 기법은 역사적으로 가장 훌륭한 투자 방법의 하나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무수한 실패에도 미래를 예측하려는 노력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과연 왜 사람들은 어리석은 일을 지속하고 있을까? 필자는 사람에게는 '희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보다 더 나은 부와 삶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사람에게 존재하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할 용의가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그것이 아무런 근거 없는 전망에 근거하면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사실 가치투자가 나온 배경이 대공황이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가치투자의 의미가 강조되는 시대적 상황 대부분은 대규모 버블(Bubble)의 말로를 본 다음이었다. 알 수 없는 낙관론에 의하여 시장이 상승하는 허망함이 바로 가치투자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심정적으로는 경기가 저조하고 암울한 시대에서 가치투자를 신봉하는 것만큼 불행한 일도 별로 없다. 물론 투자자로서 남들보다 좋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미래의 희망을 애써 외면해야 하는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로서가 아닌 하나의 삶을 영위하는 인간으로서는 희망을 버리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투자자는 타인의 행위를 관찰하고 이를 평가하는 것이 주된 일이지만, 개인 각자는 스스로 행동을 하고 자신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현재 우리 사회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부정적인 전망에 싸여 있다.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가 주요한 경제의 화두가 되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삶이 팍팍하고 미래도 크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버블의 시기에 미래를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하는 것과는 반대로, 침체의 시기에 우리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더욱 가져야 한다. 미래를 위해 불확실성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정신이 침체로부터의 탈출구였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과거에서 탈피하여 미래의 희망을 위해 새로움을 창출하는 실천적 노력,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물론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것이 현재의 우리에게 행복을 유지케 하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