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 과잉 입법에 대한 우려가 크다. 마치 편작과 화타처럼 정치권은 한국경제에 중증 진단을 내리고 이른바 ‘경제민주화법’이라는 처방전을 쏟아내고 있다. 처방전을 제대로 준수하기만 한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물론 청·장년고용 가계부채 등 한국경제의 오랜 과제들이 술술 풀릴 수 있다는 식이다.
정치권이 제시한 처방전은 벌써부터 약효를 의심받고 있다. 기업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일부 국민의 반기업 정서를 지나치게 의식, 시장논리에 어긋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기업현실을 외면한 대표적인 예가 유해화학물질 배출기업에 매출액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겠다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이다. 석유화학업계는 2012년 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3.3%인 현실에서 한번 사고로 영업이익보다 많은 과징금을 내는 것은 사실상 기업활동을 포기하라는 의미라고 항변한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적발시 대기업 총수에게 정상거래 입증 책임을 묻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역시 대기업 총수를 ‘잠재적 예비 범죄자’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대상이다. 또 정년 60세이상 의무화법과 청년고용법 등도 기업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정치권력이 법으로 강제하는 등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개별법안의 부작용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치권의 처방전에는 ‘정치실패’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점이다. 즉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겠다는 선의로 만든 법안들이 오히려 경제를 어렵게 해 이들을 더욱 곤경에 빠트릴 수 있다는 위험을 간과하고 있다. 당장 예산분담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갈등으로 이르면 6월부터 서울시 무상보육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있다. 나머지 지방정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처럼 국회가 특정집단이나 세력에 세금을 지원하는 법들을 제정해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는 현상을 198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뷰 캐넌은 ‘헌법적 혼란에 따른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규정했다. 최근 정치권의 과잉입법을 보면 이같은 경고가 결코 경제학교과서에 나오는 얘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또하나 과잉 입법논의에도 불구하고 ‘저성장 구조화’를 벗어날 정치권의 고민이 보이지 않는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 1980년대 9%대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이 3%대로 떨어지고 이를 밑도는 올해 경제성장률(2.3%) 전망에도 여야가 ‘경제민주화법’만큼 이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김용태 새누리당의원 등 일부가 “경제민주화는 경제 살리기의 보조적 수단이지, 경제민주화를 목표로 '도그마'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이는 우리 스스로 한국 경제에 자살골을 넣는 꼴"이라고 지적하지만 여의도에서 성장론자는 여전히 소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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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정치권은 6월임시국회에서 ‘고용창출투자세액 기본공제세율’을 1%포인트 내리기로 합의하는 등 경기부양 요구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기조차 한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수도권 이외에서 1조원을 투자해 청년을 1000명 채용한 대기업은 기존 450억원 세액감면이 350억원으로 줄어든다. ‘부자증세’라는 도그마에 집착해서 성장을 이끌 기업인들의 ‘경제하고자 하는 의지’를 꺾어버린 셈이다.
정치권이 법률을 아무리 많이 제정해도 경제현안은 결국 시장에서 해결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법률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치권의 자만’이다. 시장을 불신하고 정치가 경제에 개입해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전무하다는 사실을 역사는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