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이 무서워" 도넘은 기업인 호출 바람직한가?

"국감이 무서워" 도넘은 기업인 호출 바람직한가?

송지유 기자
2013.10.03 07:00

[우리가 보는 세상]

며칠 전 만난 한 유통업체 임원은 "이번 국정감사 때는 제발 무사히 넘어갔으면 좋겠다"며 "증인 채택이 끝나기 전까지는 (대표이사가 불려갈까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대화 내용의 7할은 국감이었다. 그는 "요즘 분위기는 담당 공무원보다 국감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운다"고 했다.

A화장품업체 임직원들은 "10월들어 외부 일정을 일절 잡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돌아가며 본사를 항의 방문하는 탓에 자리를 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갑작스런 방문 통보에 점심식사 때 수저를 들었다가도 회사로 불려간 적도 다반사다. 시급한 업무회의를 취소한 경우도 셀 수 없다.

오는 14일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업들이 '국감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요즘 이슈가 뭐냐"고 물으면 업종을 막론하고 '국감'이라고 답할 정도다. 국회가 매년 국감 때마다 대기업 총수를 비롯해 기업인들을 줄줄이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불러들이다보니 특별한 현안이 없는 기업들도 좌불안석이다.

올해 국감에서도 재계 최고경영자(CEO)들의 국감 출석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경제 민주화와 4대강 담합 의혹, 서민금융 부실대출 등 관련 업종 CEO들이 최고 1순위다. 유통 업계에서는 대리점 제품 밀어내기로 물의를 빚었던 '남양유업'이나 '배상면주가' 등의 증인 채택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불공정거래로 도마에 오른 대형 유통사나 대리점주와 갈등을 빚었던 편의점.화장품 기업들도 노심초사다.

한 업체 관계자는 "매년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인 명단을 보면 국회에서 전경련회의를 열어도 된다는 농담이 나온다"며 "바쁜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범죄자 다루듯 소리치는 정치쇼는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 수행이나 예산집행 등 국정 전반에 관해 조사하는 것이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부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등으로 감사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회에 불려오는 민간인 증인은 계속 늘고 있다. 기업 CEO, 그룹 총수에게는 무조건 증인으로 출석하라고 압력을 행사하고, 이를 거부하면 국회를 무시한다며 겁을 준다. 증인으로 나온 기업인들에게 몇 시간씩 말 한마디 걸지 않는 등 굴욕감을 주기도 한다.

기업 총수나 CEO가 국감 증인으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경영 차질이나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회는 기업에 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이 아니다. '기업감사'가 아니라 '국정감사'가 그 본연의 책무다. 기업인들을 불러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정부와 정책을 감시하는데 더 크게 눈을 떠야 한다. 1년 내내 의정 활동없이 잠잠하다 국감 시즌에만 서슬퍼런 칼을 휘두르는 '의원님'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 스스로도 한번 돌이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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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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