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없고 역차별만 있는 경제민주화

중소기업은 없고 역차별만 있는 경제민주화

송지유 기자
2013.10.31 06:58

[우리가 보는 세상]

최근 '듀프리토마스줄리코리아'라는 외국계 합작기업이 김해국제공항 'DF2(주류·담배)구역'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것을 놓고 말들이 많다. 중소·중견기업에게 사업권을 준다며 국내 대기업 입찰 참여를 막았는데 정작 외국계 기업이 최종 사업권을 따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지분 70%를 보유한 듀프리는 연매출 40억달러의 세계 2위 면세점 업체다. 그런데도 정부로부터 '중견기업 확인서'를 발급받아 입찰에 참여했다. "지난 8월 자본금 1000만원을 들여 설립한 국내 법인으로 서류상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는 권한은 한국공항공사에 있고, 서류상에도 문제가 없다지만 좀처럼 씁쓸함이 가시질 않는다. 국내 기업을 역차별로 내몰고 글로벌 기업 주머니만 불려준 꼴이 됐다. 중소·중견기업에 우선권을 주려고 법까지 개정했는데 그 취지도 무색해졌다.

김해공항 면세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 입찰에서 다국적 기업 계열인 '아라코'가 운영권을 따낸 것도 웃지 못할 사례다. 공공부문 급식사업에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참여를 배제해서 생긴 일이다. 여론에 떠밀려 삼성, LG 등이 자재사업에서 손을 떼자 다국적 기업인 '오피스디포'가 활개를 치는 것, 대형마트 신규 출점 규제 후 일본계 SSM이 급증한 것도 마찬가지다.

동반성장도 좋지만 중소.중견기업 육성에 적합한 산업인지도 꼼꼼히 따져볼 문제다. 면세점의 경우 자금력이나 브랜드 유치력, 기획 노하우 등이 필요한 만큼 중소기업에 지나치게 많은 사업권을 주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실제로 관세청은 지난해 서울 부산 제주 등을 제외한 광역지자체별로 1곳씩 총 13곳에 시내면세점을 허용했지만 현재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5곳에 불과하다. 광주, 전북 등 5곳은 애초에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경북(서희건설)과 전남(로케트전기), 인천송도(경동원·인천도시공사·이랜드리테일) 등 3곳은 사업을 포기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김해공항 'DF2' 면세점도 국내 중소.중견 기업들이 입찰에 나서지 않아 4차례나 유찰된 끝에 결국 외국계 기업에 사업권이 돌아간 것이다.

중소기업을 살리자는데 반대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입법 취지에서 벗어난 동반성장 규제의 부작용은 하루 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외국 기업을 무조건 배척하자는 국수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국내기업과 외국기업 모두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얘기다.

중소기업에 관한 특별법이 17개나 있는데도 중소기업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어설픈 특별법으로 기업의 발목을 잡기보다는 충분한 현장 조사와 분석을 거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정밀한 법안을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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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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