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허분쟁이 가파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가 낸 국제 IP(지식재산) 분쟁 이슈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제특허분쟁 건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 존 보크노빅 세계지식재산보호협회(AIPPI) 회장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특허소송이 2050년까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창조경제의 도래와 함께 지식재산권이 기업의 핵심경영전략이 될 것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특허분쟁의 증가에 따라 상대방의 특허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선행기술 검색이 대응수단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허발명과 유사한 선행기술을 찾아내 특허를 무효화시키면 분쟁의 핵심 쟁점인 기술료 합의, 손해배상 청구 등의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1960년대 미국 영화의 한 장면이 삼성-애플 간 특허분쟁에서 증거로 사용된 것은 기업이 분쟁에서 상대방의 지식재산권을 선행기술로 무력화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애플의 아이패드 디자인이 이미 존재했음을 보여주기 위해 우주 승무원이 직사각형 태블릿형 소품으로 동영상을 재생하는 영화 속 장면이 삼성 측의 증거로 활용되었다.
‘발명왕’ 에디슨도 백열전구의 사업화 과정에서 선행기술을 둘러싼 특허분쟁에 휘말려 큰 곤욕을 치렀다. 1802년에 영국의 험프리 데이비가 백열전구의 기초 원리를 발견한 이래 1879년 에디슨이 전구를 개발할 때까지 20여 명이 넘는 발명가들의 수많은 ‘선행기술’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결국, 에디슨은 승소하여 백열전구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이는 그가 10년이 넘는 세월을 소진하고, 20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을 치른 뒤의 일이었다.
선행기술은 특허심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특허심사과정에서 선행기술 검색이 엄격하게 이루어져 가치 있는 발명들만 특허로 등록된다면, 부실권리로 인한 특허분쟁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심사단계에서 선행기술 검색은 ‘옥석 고르기’에 비유될 수 있다. 어느 발명이 옥(玉)인지, 아니면 돌(石)인지 제대로 골라내야 품질 높은 특허가 창출되고, 등록 이후 불필요한 분쟁을 야기하거나 무효가 되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허심사 과정에서 선행기술 검색의 중요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블랙베리 제조사인 RIM과 특허관리전문회사인 NTP 간의 분쟁이다. RIM은 2006년 침해 소송에서 특허권 소유자인 NTP에게 6억 달러가 넘는 거액을 지불하고 합의했지만, 몇 년 뒤 미국 특허청이 재심사 과정에서 유사한 선행기술을 발견하여 NTP 특허의 대부분을 무효로 판단하였다. 최초 특허심사과정에서 선행기술이 검색되었다면, 특허분쟁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특허심사과정에서 선행기술 검색품질을 높이게 되면, 기업들은 ‘특허분쟁’의 잠재적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
특허청은 무효 가능성이 낮고 법적 안전성이 높은 특허창출을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발명의 구상단계에서 기업이나 발명가가 유사한 선행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특허정보검색서비스인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의 검색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심사단계에선 보다 더 효율적인 검색이 이루어지도록 제도와 인프라도 정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심사관들이 ‘특허검색연구회’라는 연구모임을 만들어 우수한 선행기술 검색 기법을 발굴하고, 청 내부의 검색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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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노력을 통해 특허청이 비전으로 삼고 있는 지식재산 기반의 창조경제 실현에 한 발짝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정확한 선행기술 검색은 강한 특허 창출의 토대이자, 불필요한 특허분쟁을 예방하는 안전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