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흥행돌풍 비결은 송강호가 아니다?

'변호인' 흥행돌풍 비결은 송강호가 아니다?

신희은 기자
2013.12.24 06:14

[기자수첩] '최루액' 강경대응 '30년전과 다르지않은 현실'

"제가 하께요, 변호인. 하겠습니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을 모티브로 신군부가 독재기반을 다지기 위해 조작한 부림사건을 다룬 영화 '변호인'의 인기가 심상찮다. 지난 18일 개봉 후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누적 관객수가 175만 명을 넘어섰다. 속도로 보면 1000만 돌파의 청신호다.

영화에서 배우 송강호가 연기한 주인공 송우석은 대학 졸업장도 없이 독학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해 판사 생활을 하다 돈을 벌겠다고 변호사가 된 인물이다. 동료 변호사들의 무시를 받으면서도 부동산 등기부터 세금 자문까지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소위 잘 먹고 잘 사는 데 자족하는 삶을 산다.

그러다 국밥집 아들이 부림사건에 휘말려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변호인을 자처한 뒤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영화는 송우석이란 인물이 시대적 사건을 맞닥뜨리면서 사회문제와 정의에 눈을 뜨는 과정을 그렸다.

그런데 연말연시, 이런 사뭇 진지하고 심각한 영화가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는 현상이 '잘 나가는 배우' 송강호 덕분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하기도 바쁜 국민들이 자꾸 나라 걱정을 해야 하는 분위기가 영화의 흥행몰이에 투영된 게 아닌가 싶다.

역대 최장 기간인 철도파업 15일째, 국민들은 코레일 노사갈등으로 시작된 철도파업이 우리사회의 총체적인 문제로 급부상하는 과정을 쭉 지켜봐왔다.

파업 첫날부터 코레일은 8500여 명의 직원을 지위해제하고 노조 지휘부를 고소고발 했다. 경찰은 지난 일요일, 파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5500여 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민주노총 본부에 진입, 지휘부 체포에 나섰다. 그러나 '강경대응'은 또 다른 '전면대응'을 낳았고 갈등은 해결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지켜보기 오죽 답답했으면 입시경쟁, 스펙쌓기, 취업 외에는 아무 관심 없다던 학생들이 '안녕들하십니까?'라는 한 마디로 발끈하고 일어섰을까. 학생들이 말문을 열자 학계는 물론 종교계, 시민사회단체들도 줄줄이 '시국선언'으로 사태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영화 변호인의 한 장면.

일하라고 뽑아준 위정자들은 갈등을 키우고 국민이 대신 나라 걱정을 해야 하는 시대, 국민들은 영화 속 30년 전 암울했던 때와 지금이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을 것이다. 연말에도 개운하게 영화 한 편 보지 못하는 처지가 애석하기까지 하다.

영화 '변호인'이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하면 배우 송강호는 코레일 노사는 물론 경찰, 정부, 정치권, 청와대에 감사 인사를 다녀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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