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는 오랜 숙제다.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WEF)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금융발전 정도는 2012년 기준으로 62개 조사대상국 중 15위다. 과거에 비해 금융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중개기능 강화 등 금융환경이 개선되면서 2008년보다 순위가 약간 상승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제조업에 비해 여전히 취약하다. 아직까지 금융의 자유화나 접근성이 미흡하고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금융업 비중도 제조업에 훨씬 못 미치는 7%에 불과하다. 전 국민의 70% 정도는 아직도 금융이 제조업을 뒷받침해주는 것으로 인식할 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고도화된 산업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10년 전 금융국제화에서 금융산업 발전의 길을 찾고자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전략’ 청사진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를 싱가포르나 홍콩과 같은 동북아 지역의 금융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외국 대형 금융기관의 국내 유치와 국내 자산운용업의 육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기존의 제조업 및 수출위주의 산업구조로는 한국경제 재도약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 아래 금융과 실물 부문의 선순환구조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분명 올바른 방향이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과는 달리 세계 50대 자산운용사의 지역본부를 국내에 하나도 유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일부 외국계 금융기관은 오히려 서울에서 철수했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운영자금 규모는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경쟁하기에 턱없이 작으며 해외진출도 일부에 국한되고 있다.
이처럼 금융국제화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역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 필요한 시장여건과 금융환경 및 인프라, 제도적 뒷받침 등 제반 요건들이 적어도 외국인의 눈에 만족스럽지 못한 때문이다.
금융국제화 전략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미성숙한 여건을 안고 국내시장을 금융허브로 만들려고 하기 보다는 우리 금융기관이 바깥으로 눈을 돌려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향후 예상되는 경제환경 변화를 감안하면 그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첫째, 저성장·저금리 기조 아래서 개인들은 낮은 은행예금 금리로 생활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노후는 더욱 걱정스러워지면서 위험을 조금 더 감수하더라도 수익이 높은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금융자산의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협소한 국내 금융시장을 벗어나 해외 선진국 및 신흥시장에 다양한 형태의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둘째, 예대마진 수익에 의존해왔던 은행이나 주식위탁매매수수료에 기대어 살아온 증권사 등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수익성 악화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수익성을 제고하고 금융의 체질을 바꾸어나가는 것 역시 해외시장 공략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이미 공룡이 되어버린 국민연금이 해외투자 비중과 규모를 늘리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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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안정적인 국제수지 흑자 기조와 국부자산의 축적은 해외시장 공략을 통한 효율적인 자산운용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해외에 투자한 대외투자 잔액은 지난해 말 현재 1조달러에 육박해 외국인의 국내 투자액과 비슷한 수준에 달했다. 최근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공급된 외환이 상당부분 해외 직접투자나 증권투자자금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고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미 20년 전 인구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의 경우, 해외증권투자 규모가 이후 6배 이상 증가한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우리나라도 개인, 금융기관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해외투자와 외화자산의 효율적 운용에 더욱 노력해야 할 때다. 그간 우리 경제가 제조업을 앞세운 수출로 세계를 누벼왔다면 이제는 금융이 해외시장을 공략하며 그 뒤를 이어가야 한다. 금융국제화의 길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