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 '별 그대' 중국 열풍, 그 전과 그 후

[MT시평] '별 그대' 중국 열풍, 그 전과 그 후

박한진 박사 기자
2014.03.17 07:01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 그대)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주춤하던 한류가 재점화되는 것 같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드라마 자체의 인기도 대단하지만 중국 시청자들이 등장인물의 기호를 쫓아 ‘치맥’(치킨과 맥주)을 찾는다니 격세지감마저 느끼게 한다. 맥주엔 으레 닭 대신 매운 오리요리를 찾던 그들이 아니었던가.

‘별 그대’ 신드롬을 한류 열풍으로만 여기기엔 막후 배경이 궁금하다. 남겨진 과제는 또 무엇일까. 중국 서열 6위인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는 최근 한 공개석상에서 ‘별 그대’를 극찬해 외신에 대서특필됐다. 최고위층 인사가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직접 언급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그간의 상식이었다. 과연 그럴까?

중국 최고지도자들에겐 적어도 한두 편 이상 특별히 좋아하는 외화가 있다. 왕 서기가 ‘별 그대’에 앞서 좋아한 작품은 미국의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 이다. 워싱턴 D.C. 정계에서 벌어지는 권력과 야망, 사랑과 비리를 다룬 정치 스릴러물이다. 그는 지난해 기율검사위원회 회의에서 이 드라마를 언급하며 당 간부들이 부패척결에 더욱 분발할 것을 촉구한 적이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2년 미국방문 기간중에 “30년 전에 본 ‘대부(The Godfather)'를 아직도 기억한다”고 회고했다. 시 주석이 좋아하는 영화중에는 1978년작 ’디어 헌터(The Deer Hunter),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 할리우드 작품이 많아 눈길을 끈다. 서열 2위 리커창 총리는 자신의 딸이 추천해준 인도 영화 ’세 얼간이(3 idiot)'를 즐겨 보았다고 한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한국에 널리 알려진 대로 ‘대장금’의 팬이다.

사회주의 이념물만 찾을 것 같은 중국 최고지도자들이 외화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타이타닉’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진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말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장 전 주석은 과거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본주의에서 배울 게 없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여러분들이 타이타닉을 보길 권한다. 자본주의 사상을 전파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의 상대를 더 잘 이해해서 우리가 성공하자는 것이다.” 그는 타이타닉이 빈자와 부자의 관계 그리고 위기상황에서 서로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며 바로 이런 점을 배우라고 촉구했다.

중국 지도층이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언급한 것은 ‘별 그대’가 처음이 아니며 그들이 단순히 재미 혹은 흥행인기 때문에 외화를 찾는 것은 더욱 아니다. 왕치산의 ‘별 그대’ 발언에 대해 국내 일각에선 “대륙을 들었다 놨다” “제2의 한류시대 활짝” 등 다소 앞서간 헤드라인들이 올라오고 있다. 우리 드라마의 인기는 반갑고 좋아할 일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국 지도층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보는 노력도 따라야 할 것이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앞으로도 중국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영상물 보급은 기본적으로 상대의 시장개방 확대가 전제되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국내 TV 상영은 어차피 여건이 어려우니 지금처럼 규제가 덜한 인터넷 매체로 진출하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는 중국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시각이다. 아무리 인터넷 방송이라고 해도 외국 콘텐츠는 아주 높은 차원에서 사전 스크린을 하는 것이 중국의 관행이다. 최고 지도부의 거처와 집무실이 모여 있는 중난하이(中南海)에 그런 장소가 있다는 이야기를 중국 문화계 종사자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사전 스크린에 통과하지 못한 외화는 인터넷 매체 방영도 어렵다는 얘기다.

문화는 주고받아야지 한 쪽으로만 흐르면 한계에 부딪힌다. 지금 우리는 중국 내 우리 드라마 인기에 기뻐만 할 일이 아니다. 한중 양방향 문화교류를 강화해 상호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중 FTA(자유무역협정)에서 문화영역의 개방을 확대하는 노력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별 그대’ 이후를 기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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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장입니다. △2002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 졸업 △2002년 머니투데이 입사 △청와대, 국회, 검찰 및 법원, 기재부, 산자부, 공정위, 대기업, 거래소 및 증권사, IT 업계 등 출입 △2019∼2020년 뉴욕특파원 △2021∼2022년 경제부장 △2023년∼ 정치부장 △저서: '리더의 자격'(북투데이), '앞으로 5년, 결정적 미래'(비즈니스북스·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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