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히든챔피언의 질문, 한국사회가 답해야 한다

[MT시평]히든챔피언의 질문, 한국사회가 답해야 한다

이원욱 기자
2014.03.31 05:40

'칼의 노래'의 작가 김훈씨는 연필로 글을 쓴다. 사용하는 연필은 독일의 파버 카스텔사 제품이라고 한다. 화가 고흐, 작가 헤세 역시 그 회사의 제품으로 창작 활동을 한다. 예술가들은 독일 히든챔피언 중 하나인 '파버 카스텔'의 연필을 사랑하고 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히든챔피언'을 쓴 헤르만 지몬이 소개한 개념인 '히든챔피언'은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그들만의 명품을 생산,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을 말한다.파버 카스텔사만 해도 기업의 역사가 250년을 넘어서고 있으며, 지금의 최고경영자는 가업을 이어받아 6대째 경영을 지휘하고 있다. 대기업의 몰락을 보아온 우리에게는 한 중견기업이 긴 역사동안 큰 사랑을 받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머니투데이가 4월 23일부터 이틀간 여는 글로벌 콘퍼런스인 '2014 키플랫폼'을 진행하면서 소개한 '글로벌 혁신기업 100'에 포함되는 '스테들러'사도 대표적 히든챔피언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연필 회사로, 최근 태블릿pc용 연필을 만들어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파버 카스텔과 스테들러, 모두 독일의 히든챔피언이다. 독일에는 히든챔피언이 2000여개에 이른다. 글로벌 경쟁력을 통해 독일 경제를 살리고 있다.독일경제의 뿌리이자 대들보인 셈이다.독일의 히든챔피언은 성장만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지역공동체와 같이 하며, 애초의 기업정신을 잊지 않는다. 모두가 같이 살아야 기업이 살 수 있다는 마음이다. 기업들의 이러한 피나는 노력이 지금의 히든챔피언을 만들었다.

독일정부도 그 정신을 존중한다. 적극적인 제도개선으로 히든챔피언을 육성하고 있다. 기업의 가업승계 지원 세제의 대폭적인 정비도 그 중 하나다. 독일 정부는 2008년 '상속세 개혁법'을 통해 기업의 상속되는 특정자산에 대해 85%를 공제하거나 100%를 공제하는 정책을 폈다. 2009년에는 '경제성장촉진법'을 통해 더욱 적극적으로 히든챔피언기업의 가업승계 지원 세제를 개편했다. 85% 특별공제 요건에서는, 기업의 매각, 양도, 폐업하지 말아야 하는 기간과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기간을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으며, 100% 특별공제 요건도 그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줄였다. 대기업에 기대서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판단과 중소기업을 강하게 키워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실천이었다.

우리는 어떠한가? 지난 2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국회를 통과, 사실상 가업상속공제 확대와 중소기업 간 거래에 대한 증여세가 면제되었다. 일단 히든챔피언 육성을 위한 물꼬는 트였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국민 모두가 세제에 대한 손질만이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독일 히든챔피언이 우뚝 서게 되기까지는 기업경영자의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으며, 기업의 핵심인력인 '마이스터'로 상징되는 전문가의 양성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또한 무엇보다 굳이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퇴직 때까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복지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었다. 경제와 복지, 교육이 서로 촘촘하게 얽혀야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만들 수 있다. 산업부,보건복지부,교육부,중기청 등 정부기관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을 찾아 '통일'에 대한 비전을 천명했다. 독일로부터 배우겠다는 것이다. 이왕 독일을 찾은 대통령이 독일 통일이 가능한 토대 중 하나였던 경제시스템에 주목했으면 한다. 통일은 의지와 선포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며, 기반을 튼실하게 닦아야 가능하다. 독일의 기업명품 '히든챔피언'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2014년 한국은 요동치고 있다. 모두가 질문하는 시대다. 미래의 한국형 히든챔피언 역시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 엄중하게 묻고 있다. "너희는 진정 이 길로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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