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그룹과 KB국민은행간의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싸움에 각종 평가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중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와 관련하여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지주회사구조 무용론에 가까운 비판들이다. 지주회사가 100% 소유한 자회사 은행의 경우 소수 주주를 보호할 의무가 없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가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상 강제됨에 따라 불필요한 지주사와의 마찰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국내 은행은 2000년 1월 은행법 개정으로 자산규모에 관계없이 사외이사 중심의 감사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되었다. 따라서 국내 은행들은 감사위원회를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의 하나로 설치하여야 하며, 그 구성은 3인 이상의 이사로 구성하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총 위원의 2/3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여야 한다. 아울러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상근감사위원)에 대해서도 그 자격요건과 선임절차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자회사인 은행이 지주회사 수익의 70~80%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를 두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은 다소 무리가 있다. 지주회사차원의 경영전략이 반드시 은행 중심에 있는 것도 아니고, 지주회사의 본래 목적인 수익 극대화차원에서 계열사 전체를 고려한 효율적인 전략과 자원배분이 우선시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은행은 영리성 외에도 공공성과 안정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특수산업 분야이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지배구조상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의 역할을 완전히 배제시키는 것이 정답인지는 의문이다.
두 번째 포인트는 이번 집안싸움이 이사회와 경영진의 갈등으로 비추어지는 대목이다. 상법상 경영관련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은 이사회결의사항이다. 이는 은행법의 적용을 받는 은행도 다르지 않다. 이런 법 때문에 경영전략과 방침의 설정을 포함하여 구체적인 업무집행까지 이사회결의사항이라 실무에서는 중요사항만 이사회안건으로 올리는 경향이 있다.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의 교체는 은행의 경영전략 및 업무집행사항이라고 보는 데에 의문은 없다. 이사회 결의는 절차만 제대로 지키면 적법한 것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이사회의 구성원인 행장과 감사위원의 문제제기는 이사회 개최 시 개진되지 못하였고, 때문에 사후라도 제기하여 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다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여지도 없지 않다. 이를 두고 사사건건 사후에 지적하여 이사회의 권한을 무력화시킨다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의 타이밍을 지체시킨다는 비난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전산시스템의 교체는 그 비용도 거액이지만 최근 빈발하는 IT관련 위험의 사전 관리차원에서도 이사회가 신중을 기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이사회와 상임감사위원의 관계이다. 은행법상 상임감사위원을 강제 설치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정보비대칭이 심한 금융산업에서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내부감사와 전사적인 위험관리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고 기대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런 필요성 때문에 상근감사위원을 통한 정보의 효과적인 접근통로가 있다는 것은 이사들로 하여금 자신의 주의의무를 준수하는 안전핀으로 활용하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상근감사위원 또는 감사위원회가 지적하는 사항이 이사회의 의견과 상치된다고 해서 그것이 내분이고 잡음이라고 보는 평가는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기업 가치에 위협이 될 요소의 인식과 효과적인 관리를 위한 건전한 의견수렴의 모습으로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내부 경영관련 기구간의 의견이 상충되는 경우 비리나 의무위반사항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적어도 집안싸움을 이유로 감독기관이 징계 등 제재사안으로 접근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