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샤오미가 던진 삼성전자의 과제

[광화문] 샤오미가 던진 삼성전자의 과제

장윤옥 테크앤비욘드 부국장
2014.11.03 07:31
장윤옥 기획취재부 부국장
장윤옥 기획취재부 부국장

갑자기 큰 아이의 성적이 떨어졌다. 잔소리 하지 않아도 어깨너머 선배들의 공부 방법을 터득해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아이였다. 상급학교에 진학하면서 잠시 적응을 못해 흔들리나 했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쑥쑥 치고 올라가 집안의 자랑거리가 됐던 아이였다. 그래서 어른들에게 좀 예의 없이 굴어도 눈감아주었고 행동거지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다 알아서 하겠지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시골에서 전학 온 아이가 큰 아이의 성적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쓸 데 없는 질문을 하고 도서관에서 이상한 책을 뒤적인다더니 성적은 쑥쑥 올라 어느새 큰 아이를 위협하고 있다.

이웃집 큰 아이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중국의 휴대전화 업체 샤오미 이야기다. 중국에서조차 생긴 지 몇 년 안 된 신생업체 샤오미가 오랫동안 휴대전화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해 온 삼성전자를 턱 밑까지 쫓아온 것이다.

지난달 30일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3분기에 중국의 샤오미가 스마트폰 1800만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3위(5.6%)로 올라섰다고 발표했다. 이에 비해 7920만대를 판매한 삼성전자는 여전히 1위이기는 하지만 점유율은 25.2%에서 24.7%로 약간 줄었다. 저가의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에서 샤오미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탓이다.

샤오미는 삼성전자처럼 ‘스마트 기기’란 리그에서, 휴대전화를 핵심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신생업체다. 두 기업 모두 애플의 ‘아이폰’ 출시에 자극을 받아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샤오미는 비슷한 디자인 때문에 ‘짝퉁 애플’이란 별칭을 가지고 있을 정도고, 삼성전자 역시 애플과 디자인 모방 여부를 놓고 소송전을 벌인 바 있다. 또 두 회사 모두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샤오미의 제품판매나 사업추진 방식은 삼성전자와는 여러 가지로 대비된다.

삼성이 안드로이드 생태계 안에서 고성능 하드웨어로 승부한 반면, 샤오미는 소프트웨어의 성능개선에 집착했고 별도의 OS를 기반으로 생태계를 만들어나갔다. 삼성이 기존 미디어를 통해 제품을 홍보하고 공급망 관리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면 샤오미는 레이 쥔 회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SNS, 블로그 등 다양한 온라인 매체를 적극 이용해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기업문화 역시 확연하게 다르다. 삼성이 제조기업 특유의 위계질서를 기반으로 한 실행력을 자랑한다면 샤오미는 해커문화를 연상시키는 유연한 수평적 문화를 가졌다. 회장이나 임원들 모두 스스럼없이 직원 또는 고객과 소통하고 새로운 시도를 장려한다.

당장 어떤 기업문화나 일하는 방식이 절대적으로 낫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샤오미의 방식이나 특징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리 기업이 가지지 못한, 또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자산인 것은 분명하다. 다양한 제품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하는 IoT(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경쟁력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1등의 자리를 지키려면 자신의 스타일로 꾸준히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공부하는지, 어떻게 좋은 성적을 내는지 잘 보고 빠르게 배워야 한다. 시험의 경향이 바뀌는 데 예전의 방식만 고수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전학 온 아이의 공부스타일도 원래 그 아이가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얼마나 신속하고 유연하게 새로운 방식을 받아들이고 내 것으로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애플이 그런 것처럼, 샤오미도 삼성전자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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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희 편집위원

안녕하세요. 편집국 천상희 편집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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